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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한국, 중·일을 차례로 찌르다

등록 2014-09-23 21:38수정 2014-09-23 22:28

여자, 4연패 도전 중국에 역전 드라마
윤지수, 세계 8위 선천 상대 깜짝 활약
남자, 일본 꺾고 단체전 최초 3연패
펜싱은 또 ‘한국 잔치’였다. 한국 대표팀은 2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김지연(26·익산시청), 이라진(24·인천 중구청), 윤지수(21·동의대), 황선아(25·양구군청)로 구성된 여자 사브르팀은 결승에서 4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45-41로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정진선(30·화성시청), 박경두(30·해남군청), 박상영(19·한국체대), 권영준(27·익산시청)으로 구성된 남자 에페팀도 일본을 25-21로 이기며 단체전 최초로 3연패를 달성했다.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이라진과 정진선은 2관왕이 됐다.

여자 사브르 결승전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샛별’ 윤지수가 깜짝 활약을 했고 ‘에이스’ 김지연은 뒷심을 발휘했다. 윤지수의 아버지는 윤학길(53) 전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이다. 프로야구에서 통산 100차례의 완투를 기록한 ‘무쇠팔 투수’ 아버지처럼 딸도 선이 굵었다. 키가 168㎝로 대표팀 최장신인 윤지수는 긴 팔, 긴 다리를 활용한 공격으로 세계랭킹 8위 선천(중국)을 밀어붙였다. 피스트를 단숨에 질러나가는 찌르기에 선천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는 14-20으로 한국이 끌려가던 5라운드 상황에서 무려 8점을 따내며 역전승을 거두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윤지수는 2년 전 런던올림픽 땐 김지연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의 연습 파트너로 런던에 갔다. 그는 “언니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부산디자인고 선배인 김지연이 스타가 되는 것을 보고 펜싱 실력을 키웠고 종목도 같은 사브르를 택했다고 했다. 이라진을 포함해 결승에 출전한 세 선수는 모두 부산디자인고 동문이다.

그는 경기 초반 이라진의 컨디션이 안 좋자 꼭 분위기를 반전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제 차례가 됐을 때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해주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이 뇌리를 스쳤죠.” 그는 짧은 공격을 하는 선천이 긴 공격에 약하다는 점을 공략했다. 성큼성큼 움직이며 밀어붙이자 선천은 당황하며 제대로 칼을 찌르기는커녕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중국의 에이스는 한국의 막내를 상대로 부담을 느끼며 패배를 자초했다.

위기도 있었다. 경기 중 칼이 부러졌다. “칼이 휘어졌는데 중간에 바꾸면 안 될 것 같아 계속 썼어요. 결국 부러지더라고요.” 40-33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선수 김지연이 41-41 동점을 허용했을 땐 아찔했다. 윤지수는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지연 언니가 잘해낼 거라 믿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윤지수는 초등학교 때까지 태권도를 했지만 중학교에 진학하자 펜싱이 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부산 해운대 양운중학교 펜싱부엔 남자팀밖에 없었다. 그는 아버지를 졸라 교장에게 함께 간 뒤 여자팀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학교는 3년 전 해체한 여자팀을 재창단했다. 아버지 윤 전 감독은 처음엔 운동선수가 되려는 딸을 말렸지만 끝내 의지를 꺾지 못했다.

아버지와 시합 전 전화 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윤지수는 “서로 부담스러울까봐 연락하지 않았다. 바로 전화드려야 할 것 같다.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진짜 선수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그는 앞날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리우올림픽에 꼭 나가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고양/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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