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23일 저녁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위로 레이스를 마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자유형 400m서도 동메달
1위 쑨양에 5초 가까이 뒤져
“아쉬움 많아…남은 경기 최선”
도하 이후 8년간 사실상 ‘원맨쇼’
이제라도 ‘박태환 이후’ 준비해야
1위 쑨양에 5초 가까이 뒤져
“아쉬움 많아…남은 경기 최선”
도하 이후 8년간 사실상 ‘원맨쇼’
이제라도 ‘박태환 이후’ 준비해야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것에 비해 기록들은 아쉬움이 많습니다. 오늘은 지났으니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에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아쉬움을 감추지는 못했다. 박태환(25·인천시청)은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자유형 400m에서 3분48초33을 기록해 동메달을 따냈다. 중국의 쑨양(23)이 3분43초23으로 금메달을 따냈고,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20)는 3분44초48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 결승 때보다 담담했다. 그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사인 요청을 많이 받는 등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내가 이겨내야 할 문제이지만 부담은 있었다”고 말했다. 자유형 200m와 400m 경주는 끝났지만 박태환은 25일 자유형 100m를 비롯해 자유형 1500m 등에서 도전을 계속한다.
이번 대회는 박태환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0년 가까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여준 박태환도 세월의 흐름은 막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가 신성으로 떠올랐다. 2년 전 박태환을 넘어선 쑨양도 여전히 건재했다. 특히 ‘복병’으로 여겨졌던 하기노는 개인혼영 200m와 자유형 200m, 800m 계주 등에서 3관왕에 오르며 새로운 수영 스타가 됐다. 자신의 주 종목인 개인혼영 200m에서 아시아신기록을 경신했고, 계영 800m에서도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하기노의 성장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은 2010년 광저우대회 수영 경영 부문에서 금메달 9개에 그쳐 24개를 독식한 중국에 크게 밀렸지만 은메달 17개, 동메달 12개를 따내며 꾸준히 정상권의 선수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기노는 일본의 선진화된 선수 육성 시스템에서 성장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22일 현재 하기노 외에도 3명이 금메달을 더 따내 모두 6개의 금메달로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릴 기세다.
한국 수영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박태환의 ‘원맨쇼’에 의존했다. 도하대회 때 금메달 3개는 모두 박태환의 금메달이었다. 광저우대회 역시 4개의 금메달은 3관왕에 오른 박태환과 여자 200m 평영에서 우승한 정다래의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컸다. 한국은 지금까지 동메달 3개를 획득했는데, 모두 박태환이 참가한 종목이다. 북한이 이번 대회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에서 뛰어난 기량으로 동메달을 따낸 것과 대조적이다.
‘박태환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줄곧 제기돼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이 한국인으로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을 때 비인기종목이던 수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박태환이 아깝게 은메달에 그치자 ‘박태환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2014년 수영계의 현실은 2년 전과 거의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성적을 보면 오히려 후퇴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한국은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해놓은 상태다. 더 늦기 전에 ‘제2의 박태환’을 발굴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영 유망주들을 발굴해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능력 있는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 유망주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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