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경찰, 북 선수단 주변 경계
“양학선이 금메달, 리세광이 은메달 따면 좋겠어요.”
남북 ‘도마의 신’들이 맞붙은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은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나눠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도마 바로 앞쪽에 모인 100여명의 남북공동응원단은 “우리는 하나”, “리세광 최고다”를 외쳤다. 리세광이 1차 시기에 착지 실수로 앞으로 고꾸라지자 탄식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리세광 등 북한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는 공동응원단의 목소리는 컸지만 북한 선수들은 공동응원단보다 인공기를 흔드는 북한 선수단 쪽을 먼저 바라봤다. 공동응원단의 규모가 크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인공기가 눈에 쉽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검찰(정부)이 인공기 사용을 제한한 탓에 공동응원단은 한반도기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공동응원단에 참가한 한 시민은 “좀스러운 것 같다. 사람들을 초대해서 뭐하자는 건지. 공동응원단만이라도 인공기를 들고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로 보이는 남성들은 관중석 한쪽 북한 선수단이 앉아 있는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무전기를 찬 이들은 기자들의 취재를 막진 않았지만 북한 선수단과 말을 나눈 기자의 이름과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X’라고 구분된 출입증을 단 보안과 형사들도 주변을 경계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은 기계체조 경기 마지막날이었다. 가까이서 지켜본 북한 선수들을 떠나보내기가 아쉬웠던 시민들은 선수단 버스 앞에서 “잘 가요, 꼭 다시 만나요”를 외치며 선수들을 배웅했다. 북한 선수와 임원들도 정성껏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인천/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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