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양궁 맏언니 주현정 아름다운 양보

등록 2014-09-25 23:12수정 2014-09-26 01:28

주현정(오른쪽)이 23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리커브 70m 예선라운드 경기 중 활짝 웃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주현정(오른쪽)이 23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리커브 70m 예선라운드 경기 중 활짝 웃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표 선발된뒤 어깨 통증 심하자
후배에 단체전 본선 출전권 양보
마지막 AG무대를 눈물로 마무리
예선라운드 13위(1324점). 1위 정다소미(24·현대백화점)와 무려 40점 차이가 났다. 여자 양궁 세계 8위 주현정(32·현대모비스)의 성적으론 의외였다. 인천아시안게임 전까지 대표 선발점수 1위였던 그가 무너진 게 심상치 않았다. 경기 뒤 이은경 코치는 “현정이가 어깨가 아파서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날 밤 주현정은 어깨에 심한 통증을 느껴 머리를 감기도 힘들었다. 밤새 고민한 끝에 이튿날인 25일 오전에 결단을 내렸다. 탈락한 이특영(25·광주시청)에게 단체전 본선 출전권을 양보하기로.

주현정은 지난겨울부터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공을 던지는 야구 투수들에게 많이 생기는 ‘어깨 뒷근육(회전근개) 파열’이었다. 주현정은 힘을 제대로 못 써 활시위를 힘껏 당기지 못했다.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재활을 택했다. 그는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매일 받으며 7차례의 선발전을 치른 뒤 대표로 선발됐다. 통증은 지속됐지만 실력은 그대로였다. 지난 5월 콜롬비아 메데인 월드컵에선 쏜 화살이 표적에 꽂혀 있는 화살을 관통하는 ‘로빈 후드 애로’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지름 4㎝ 원인 ‘엑스텐(X-10)’ 구역의 한 점에 꽂힌 두 발이었다.

고통은 점점 심해졌다. 선수 생활 때문에 출산 뒤 한달 반 만에 모유도 끊었다는 그는 3살짜리 아들을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했다. 동료들이 200~300발의 화살을 쏠 때 100발로 줄여 쏘기도 했다. 결국 예선라운드에서 탈이 났다. 가장 먼 거리인 70m에서 360점 만점에 310점에 그쳤고, 70m와 50m에선 활시위를 놓치며 두차례 0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양궁협회와 대표팀 코치진은 경기 뒤 회의를 했다. 올해 2·3차 월드컵 성적 40%, 아시아그랑프리 성적 20%, 아시안게임 예선라운드 성적 40%의 합산 점수로 주현정이 본선에 진출했지만 부상이 심각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종 결정은 당사자의 몫이었다. 대표팀 맏언니이자 주장인 주현정은 “출전하고 싶은 욕심이 들지만 후배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며 출전을 포기했다. 다행히 대체 선수 이특영은 예선 3위를 할 정도로 몸상태가 좋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이었던 주현정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이번 대회를 눈물로 마무리했다. 동료 선수들도 함께 울었다. 그들은 전날 이특영이 탈락될 때 안쓰러워 울었고, 주현정이 양보할 땐 안타까워 또 울었다. 선수들의 눈물에 협회는 단체전 본선에 4명 중 3명만 올라가는 규칙이 불합리하다고 했다. 차라리 올림픽처럼 예선부터 3명만 참가시키는 게 낫다는 말이다. 대회 전 경기 방식을 바꾸기 위해 참가국들의 동의를 구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장영술 대표팀 총감독은 “어느 단체팀이든 후보가 있다. 구기 종목은 단 1초도 뛰지 않은 선수에게도 메달을 주는데 양궁 대표 1명은 예선라운드 144발을 쏘고도 메달을 못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