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왼쪽)이 26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1500m 결승에서 4위로 들어오자 1위로 먼저 들어온 중국의 쑨양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인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박태환 400m 혼계영 동메달, 아시안게임 20개 메달 신기록
체력 바닥에도 7종목 출전…불모지 한국 수영의 ‘버팀목’
체력 바닥에도 7종목 출전…불모지 한국 수영의 ‘버팀목’
박태환(25)의 표정은 밝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그는 21일 자유형 200m부터 26일 혼계영 400m까지 장장 3300m 가까이 물살을 갈랐다. 7개 종목에 출전해 목에 건 메달은 모두 6개(은메달 1개, 동메달 5개).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에는 실패했지만 20개의 메달을 채우면서 한국 선수 사상 최다 메달 기록을 갈아치웠다. 대회 기간 내내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 그는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 보였다. “체력이 되고 기회가 되면” 다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 후원사 없이 ‘나 홀로’ 레이스를 했다. 에스케이텔레콤과 2012 런던올림픽 직후 결별한 뒤 한동안 후원사 없이 지내다가 에스제이알(SJR)기획을 만나 1년 5억원의 후원을 받았지만 지난 7월부터는 이마저도 끊겼다. 박태환은 마이클 볼 감독과 박태근 코치, 이인호 트레이너 등으로 꾸려진 전담팀과 함께 묵묵히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훈련 장소를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박태환의 훈련을 옆에서 지켜본 전담팀 관계자는 “박태환은 일요일을 빼고는 일주일 내내 물속에서 훈련을 했다.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혼자서 감내하는 성격이라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첫날부터 아쉬움이 생겼다. 자신의 주 종목인 자유형 200m에서 하기노 고스케(일본), 쑨양(중국)에게 밀려 동메달을 땄다. 400m에서도 3위를 기록한 뒤에는 “지친다”고 말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치른 100m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박태환은 26일 혼계영 400m 동메달로 자신의 3번째 아시안게임을 마감한 뒤 “아쉬움도 있지만 모두 끝나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이고 이제 이런 말 하는 것도 마지막일 텐데 많이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경기를 통해서 한번 더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열렬히 응원을 해준 국내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응원도 해줘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2004 아테네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부정출발로 실격을 당한 뒤 펑펑 울던 15살 소년은 10년이 흐른 지금 25살 청년이 됐다. 그사이 그는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2008 베이징대회 자유형 400m)을 따냈고, 아시안게임 두 대회 연속 3관왕의 신화도 썼다. 2012 런던올림픽 때는 실격과 번복 사태가 이어지면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올림픽 2연패를 놓치기도 했다. 그리고, 외로운 싸움을 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박태환’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대회 압박감을 털어내고 홀가분해진 박태환은 27일 스물다섯번째 생일을 맞는다. 영원한 맞수이자 친구인 쑨양이 마지막 시상식 직후 손수 장만한 케이크로 박태환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박태환은 다음달 제주도로 내려가 전국체전(10월28일~11월3일)을 준비한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26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수영 400미터 혼계영 시상식이 끝난 뒤 쑨양이 박태환에게 생일 케익과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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