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40년만에 ‘노메달’
야오밍 이후 세대교체 실패
남녀축구·야구도 중간 탈락
여자배구만 ‘4강’ 체면치레
야오밍 이후 세대교체 실패
남녀축구·야구도 중간 탈락
여자배구만 ‘4강’ 체면치레
“결국 이렇게 됐다.” 궁루밍 중국 남자농구 감독이 남긴 한마디에서 아시안게임 첫 4강 진출 실패에 대한 허탈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40년 만에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게 우연만은 아니라는 듯한 여운도 담은 말투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중국 선수들의 기술이 아시아 정상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밀함, 정신력 등이 모두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중국은 지난 28일 인천아시안게임 이란과의 남자 농구 3차전에서 67-75로 패하면서 8강 조별 풀리그(4개팀 1조)에서 1승2패로 5-6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하루 전에도 일본과의 경기에서 4쿼터에만 11-24로 뒤지며 참담한 7점차 역전패를 당했다. 한때 올림픽 등에서 미국과 금메달을 겨루던 중국이었다. 이날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일부 중국 기자가 “중국이 아시아 정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 “실력이 제대로 발휘된 것이 맞냐”고 궁루밍 감독을 다그치듯 질문할 만큼 부진이 거듭되고 있다. 중국은 1974년 테헤란대회 때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 뒤 인천 대회 전까지 농구에서 금 7개, 은 2개, 동 1개를 따내며 빈손으로 대회를 마친 적이 없었다.
중국 역대 최고 농구선수로 꼽히는 ‘야오밍 시대’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한 탓이 크다. 중국은 4년 안팎 주기로 전력의 30% 정도를 젊은층으로 교체하는 안정적인 세대교체로 꾸준히 아시아 정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만, 한국 등에 참패를 당하면서 급격한 세대교체를 시도했고, 20살을 갓 넘긴 선수들을 주축으로 꾸린 대표팀이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맥없이 주저앉았다.
아시아권 다른 나라들의 기량이 급성장한 이유도 있다. 이란은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하메드 하다디(29·218㎝)를 앞세워 아시아 최강자로 부상했고, 한국·일본·필리핀 등도 안정된 프로리그를 바탕으로 기복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정서가 전혀 다른 외국인 코치들을 기용해온 부작용이 누적돼 지금 드러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중국의 섣부른 세대교체, 잘못된 외국인 코치 기용 등이 잇따라 실패로 돌아가는 사이에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에 전혀 밀리지 않는 기량을 갖추게 됐다”며 “내년부터 자국에 잇따라 세계대회를 유치하면서 아시아 정상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중국 농구가 당분간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 개막 8일 만에 금메달 100개를 넘길 만큼 아시아 스포츠의 절대 강자로서 모습을 과시하고 있지만, 농구를 비롯해 ‘중국의 3대 구기 종목’으로 꼽히는 축구·배구 등에서 유독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남자 축구는 조별리그를 2승1패로 힘겹게 통과했지만, 16강에서 타이에 0-2 완패를 당하며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했다. 여자축구도 8강에서 아시아 최강 북한에 0-1로 패했다. 남자 배구는 29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일본에 0-3 완패를 당하며 8강 진출이 불투명해졌고, 아시안게임 10회 연속 메달을 따낸 여자 배구만이 안정적으로 4강에 진출하며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인천/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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