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희가 29일 경기도 하남 미사리 카누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카약 1인승 200m 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손가락으로 ‘1’을 가리키며 환호하고 있다. 하남/연합뉴스
남자 카약 1인승 200m 금메달
90년 베이징대회 이후 ‘첫 금’
여자 카누도 12년만에 은메달
90년 베이징대회 이후 ‘첫 금’
여자 카누도 12년만에 은메달
한때는 꿈에서도 젓던 노를 놓으려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였다. 당시 주변에선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를 호령할 재목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주변의 기대와 관심이 되레 독이 됐다.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 뽑히고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심적으로 큰 부담감이 찾아왔어요. 운동을 그만둘까 생각할 정도로 마음을 다잡지 못했지요.” 다행히 방황은 짧았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노를 잡았다. 몸은 예전보다 더 단단해졌다. 방황을 털고 나서 곧바로 출전한 2012 우즈베키스탄 국제오픈 카누 스프린트 대회에서 깜짝 2관왕에 오르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년 뒤. 조광희(21·울산시청)는 24년 동안 이어진 한국 카누의 ‘노골드’ 악몽을 마침내 날려버렸다.
조광희는 29일 경기도 하남 미사리 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카누 스프린트 남자 카약 1인승 200m 결승에서 35초46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에르네스트 이르나자로프(36초531)를 1초 이상 따돌린 기록이다. 조광희는 1990년 베이징대회 이후 24년 만에 한국의 아시안게임 카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조광희는 “한때는 운동을 그만둘 생각도 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자신감을 찾아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카누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따냈다. 이순자(36·전북체육회), 김유진(24·대전시체육회), 이혜란(23·부여군청), 이민(20·대전시체육회)으로 이뤄진 여자 카약 4인승 500m 대표팀은 이날 열린 결승에서 1분36초890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중국이 1분34초477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카누의 간판 이순자는 앞서 열린 여자 카약 1인승 500m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이날 3개의 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카누도 자존심을 회복했다. 한때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카누 강국으로 꼽혔다. 1990년 베이징대회에서는 천인식이 3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2006년 도하대회에서 동메달 2개에 그친 데 이어 4년 전 광저우대회에서는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금, 은, 동을 나란히 수확하면서 카누 강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한국의 이민(오른쪽부터), 이순자, 이혜란, 김유진 조가 29일 경기도 하남 미사리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카누 여자 카약 4인승 500m 결선에서 온 힘을 다해 노를 젓고 있다. 한국은 1분36초89를 기록해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하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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