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규(왼쪽)와 정현이 29일 인천 부평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결승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의 사케트 사이 미네니와 사남 크리샨 싱을 이겨 금메달을 따냈다. 인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남자복식 임용규·정현 짝
28년만에 복식 금메달 쾌거
임 “이형택 형을 넘고 싶어”
정 “병역 해결…꿈 도전할 것”
28년만에 복식 금메달 쾌거
임 “이형택 형을 넘고 싶어”
정 “병역 해결…꿈 도전할 것”
‘괴물’로 불린 소년이 있었다. 주니어 테니스 선수들이 맞붙는 장호배에서 중학교 3학년 신분으로 고등학생 형들을 모두 녹다운시켰다. 전무후무한 장호배 4연패로 ‘제2의 이형택’이라는 호칭이 따라붙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0년 발목 인대가 끊어졌고, 2012년에는 발등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올해도 발가락 피로 골절이 왔다. 하지만 5살 어린 후배와 짝을 이루면서 힘을 냈다. 임용규(23·당진시청)는 “많이 아팠지만 아시안게임에 내 인생의 모험을 걸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테니스 지도자(정석진 삼일공고 감독), 형(정홍)도 테니스 선수다. 세살 위 형의 그림자 밑에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 형을 이기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천재’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본격적으로 챌린저 대회를 뛰면서 세계 순위를 188위까지 끌어올렸다. 한국 선수가 세계 100위권에 든 것은 4년여 만이다. 정현(18·삼일공고)은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게 재밌었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테니스의 두 기둥 임용규와 정현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금메달을 따냈다. 둘은 29일 인천시 부평구 열우물테니스코트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사케트 사이 미네니-사남 크리샨 싱 짝(인도)을 2-0(7:5/7:6<2>)으로 이겼다. 비 때문에 경기 시작 시간이 3시간26분 지연됐고, 2세트 중간 내린 비 때문에 1시간여 동안 경기가 중단됐지만 둘은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은 1986년 서울 대회(김봉수-유진선) 이후 28년 만이다. 임용규는 “28년 전이면 우리 둘 다 태어나기 전인데, 단식뿐 아니라 복식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테니스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은 2006년 도하 대회 때 단체전 이후 8년 만이다. 2010년 광저우 때는 노메달에 그쳤다. 그만큼 갈증이 컸다.
임용규와 정현이 복식 호흡을 맞춘 것은 채 1년이 안 된다. 지난해 10월 열린 삼성 챌린저 대회 때 잠깐 짝을 이뤘었고, 국가대표로 뽑힌 뒤에는 5월 부산 오픈에서 복식을 뛴 게 전부다. 정현은 “(임)용규 형을 믿고 하니까 호흡이 척척 맞았다”고 했다. 임용규는 “일단 마음만 잘 맞으면 복식 훈련량은 중요하지 않다. (정)현이가 생긴 게 나이가 많아 보여서 호흡 맞추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며 웃었다.
금메달로 병역 문제를 해결한 둘의 목표는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을 향해 있다. 임용규는 “‘테니스’ 하면 ‘이형택’을 떠올리시는데 (형택이) 형보다 더 높은 목표를 우리가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정현은 “(군복무 기간인) 2년의 시간을 벌게 됐으니까 이제 세계 무대를 향한 내 꿈을 시작해도 되겠다”며 좋아했다. 경기장에서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본 이형택은 “오랜만에 금메달이 나와서 의미가 크다. 남자 선수는 병역이 가장 큰 문제인데 잘 해결됐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형택 또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 금메달(단체전)을 따면서 투어 무대에 집중할 수 있었다. 두 선수가 자신의 기록 이상을 목표로 한다는 말을 들은 이형택은 “지금까지 성적이 나보다 나으니까 당연히 뛰어넘어야죠”라고 답했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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