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럭비, 라오스 34-0 제압
한국 여자 럭비팀 주장 서미지(23·삼육대)는 지난 1일 우즈베키스탄에 7-10으로 역전패해 아시안게임 사상 첫 승리를 놓친 뒤 “내일은 우리가 꼭 이길 겁니다. 첫 승을 지켜봐 주세요”라고 당차게 말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한국은 2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럭비 9~10위 결정전에서 라오스를 34-0으로 꺾고 9위로 대회를 마쳤다.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7인제 여자 럭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광저우 대회에서 6전 전패를 당했다. 총 239점을 내주는 동안 15점만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의 목표는 ‘1승’이었다. 국내에 실업팀이 없고 동호회도 두 개에 불과한 현실에서 지난 3월 공개 선발전을 통해 꾸려진 대표팀에 1승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목표를 달성하긴 했지만 1승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험난 그 자체였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와의 첫 경기에서 0-19로 완패한 데 이어 일본전(0-50), 중국전(0-64)을 차례로 내주며 1승은 고사하고 단 한 차례의 ‘트라이’(터치다운)도 성공하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첫 트라이를 성공시키며 앞서갔지만 결국 역전패했다.
A조 꼴찌 한국은 B조 꼴지 라오스와 9~10위 결정전에서 맞붙었다. 첫 승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품은 한국은 전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몰아쳤다. 전반을 19-0으로 앞서 마친 데 이어 후반에도 여세를 몰아가며 결국 34-0으로 이겼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한국은 이제 2년 뒤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다음 목표로 잡았다. 이진욱 코치는 “무엇보다 선수들이 안방에서 꼭 첫 승을 이뤄내자는 의지가 강했다”며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많지만 우선은 리우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은 뒤 올림픽에서도 꼭 승리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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