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48점 ‘최소득점 굴욕’
유도훈 감독 “볼 배급이 패인”
삼성 이상민 감독도 가드 ‘고민’
유도훈 감독 “볼 배급이 패인”
삼성 이상민 감독도 가드 ‘고민’
지난 26일 유도훈(46) 인천 전자랜드 감독이 선수들에게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였다. 경기 종료 1분전, 46-72로 완패가 확정된 상황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확률 높은 2점슛으로 50점 만큼은 넘겨 보자는 뜻이었다. 추가골이 하나로 그쳤다. 전자랜드는 울산 모비스에 팀 역대 최소 득점의 굴욕을 당했다. 유 감독은 경기 뒤 “다른 팀은 가드들이 상향 평준화 됐는데, 우리는 하향 평준화 됐다”며 가드들의 볼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데서 패배의 원인을 찾았다.
이날 경기는 ‘슈터가 관중을 즐겁게 만들지만 승리를 부르는 것은 가드’라는 농구 격언을 그대로 보여줬다. 전자랜드에서 이현호, 김지완 등이 가드로 번갈아 나섰지만, 울산의 양동근을 당해내지 못했다. 가드진에서 시작된 도움주기 차이(11-20)가 두 배 가까운 득점차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공의 흐름이 막히자 실책도 16-8로 전자랜드 쪽에서 곱절이나 많이 쏟아졌다. ‘높이의 스포츠’인 농구에서 튄공잡기(41-34)를 7개나 앞서고도 전자랜드가 완패를 당한 이유다. 전자랜드는 막강한 가드진을 보유한 모비스에 매번 밀리며 최근 상대 전적 6연패도 당했다. 유 감독은 “감독으로서 가드를 잘 키워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미안하다”며 강하게 자책하고 있다.
농구에서 가드는 ‘1번 포지션’으로 불릴 만큼 최전방에서 팀을 이끄는 핵심적인 자리다. 올시즌 ‘절대 강자’로 부상한 고양 오리온스가 백전노장 임재현(37)을 영입한 이후 무패 행진을 달렸고, 모비스(양동근), 서울 에스케이(SK·김선형) 등이 모두 국내 최고의 가드들을 앞세워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득점력을 보유한 에이스급 선수들과 찰떡 궁합을 보이면서 ‘빅 3’를 형성할 수 있었다.
가드 포지션의 특성상, 선수들의 감각이나 기량이 하루 아침에 성장하지 않는 게 감독들의 고민거리다. 현역 시절 국내 정상급 포인트 가드로 활약했던 유 감독과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이 가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시즌을 앞두고 전공을 살려 가드들의 기량을 집중적으로 손봤지만, 선수들의 성장이 한계를 드러내며 나란히 최하위권에 처져 있다. 유 감독은 “내가 가드 출신인데도 가드를 키우는 게 쉽지 않다. 팀이 잘하려면 결국 포인트가드가 살아나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감독도 “가드는 집안에서 엄마처럼 바쁜 자리”라며 가드진의 분발을 독려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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