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앳된 얼굴. 키도 163㎝에 불과해 현역 최단신 심성영(165㎝·청주 KB)보다 2㎝ 작다. 개구쟁이 꼬마 같은 인상의 안혜지(17·부산 동주여고)는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구리 케이디비(KDB)생명에 선발됐다.
애초 올 시즌 최대어로는 김진영(18·숭의여고·177㎝)이 꼽혔다. 김진영은 올해 회장기 전국대회에서 한 경기 66점, 27튄공을 잡는 괴력으로 학생농구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한 초고교급 선수다. 하지만 안세환 케이디비 감독은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은주(202㎝·인천 신한은행)가 드래프트에 나왔어도 안혜지를 뽑겠다”며 ‘땅콩 가드’를 선발했다.
안혜지는 경기 운영 능력, 폭발적인 돌파, 넓은 시야, 패스, 슈팅 등 포인트가드가 갖춰야 할 ‘5박자’를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농구선수로는 치명적으로 보일 만큼 단신이면서도 청소년 국가대표팀 에이스 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7월 17살 이하 여자 세계선수권에서 경기당 평균 3.9도움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도움주기뿐 아니라 득점력과 수비 가담 능력도 뛰어나다. 같은 달 국내 종별 선수권에서 한 경기 20점·10튄공잡기·10도움주기로 트리플 더블(한 경기 3개 부문 두 자릿수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16살 이하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에서도 트리플 더블(22점·10튄공·11도움)을 기록했다. 키 190㎝대 외국인 선수들이 즐비한 국내 프로농구에서도 통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안혜지는 “키가 작은 것 외에 단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에서 뛰면서 스피드를 더 강화하고, 슛 능력도 키워서 아무도 나를 못 막게 하겠다”며 당찬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혜지는 다음달 5일 선수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공식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 안 감독은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생각으로 뽑았다. 워낙 빠르고 공격적인 선수다. 신인으로서 팀에 활력소 구실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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