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가드’ 이재도(23·부산 KT)는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키부터가 181㎝에 불과하다. 골밑 근처에 접근하면 다른 선수들에 파묻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성적을 봐도 그렇다. 지난 시즌 데뷔해 31경기 평균 10분가량 출전했지만, 경기당 2.1점, 1.3도움, 1.4튄공으로 활약이 미미했다. 케이티에는 최근 8연패 수렁에 빠진 팀을 구할 ‘미친 선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재도가 그 구실을 했다.
케이티가 12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84-60 완승을 거뒀다. 경기 전 전창진 감독은 “내가 상대 감독이라도 우리 에이스 전태풍만 막겠다. 외곽 슈터 조성민이 없으니까 상대 수비가 분산되지 않아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외곽에서 이재도의 활약이 전 감독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게 만들었다. 이재도는 1~2쿼터에만 3점 3개를 포함해 양팀 최다인 16점을 쏟아부었다. 후반에도 이재도는 12점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다. 삼성이 추격의 불씨를 댕긴 4쿼터 초반에는 두차례 가로채기에 이어 상대 고의적인 반칙(유원 파울)까지 이끌어내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28점을 넣은 이재도는 종전 개인 최다 득점(7점)의 네 배에 이르는 점수를 뽑았다. 도움 2개, 가로채기 4개도 추가하며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이재도가 활약하자 전태풍도 17점(3도움)으로 살아났다. 이재도는 경기 뒤 “스피드는 자신 있다. 프로에서 내 스타일대로 처음 잘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팀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는데 앞으로도 제구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에선 서울 에스케이(SK)가 안방팀 전자랜드를 86-73으로 꺾었다. 에스케이는 김민수(자유투 9점 등 24점)가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26점·3점 4개)과 불꽃 튀는 포워드 맞대결을 펼치는 사이 애런 헤인즈(22점), 박상오(21점)가 득점에 가세해 승리를 가져왔다. 에스케이(9승4패)는 공동 3위로 올라섰고, 전자랜드(3승10패)는 9연패와 함께 최하위 늪에 빠졌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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