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26·서울 SK) 선수가 슛을 쏘고 있다.
김선형(26·서울 SK·사진)은 프로 초기부터 ‘미래형 포인트가드’로 불렸다. 대학 시절부터 손꼽히던 속공과 일대일 능력이 프로에서도 통했다. 국내 포인트가드로는 비교적 큰 키(187㎝)이면서도 돌파 속도와 패스도 뛰어나다. 상대 수비가 갖춰진 상황에서 덩크슛을 꽂을 만큼 탄력도 좋다. 최근엔 외곽슛 능력도 부쩍 좋아졌다. 현역 최고 포인트가드로 꼽히는 양동근(33·울산 모비스)과 맞설 때마다 ‘신구 최고 포인트가드 대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양동근도 “선형이는 속공에서 마무리가 확실하고 흐름을 잘 만든다. 공수 전환 과정에서 공격력이 국내 최고 수준이고, 직접 해결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포인트가드에게 볼 배급과 흐름을 뒤집는 경기 운영 능력은 최고의 덕목이다. 득점을 많이 했다가 경기를 내주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까지 김선형이 공격력과 견줘 약점으로 지적받던 부분이다. 스스로도 “경기 조율이 포인트가드답지 못하다. 아직 미숙하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다”고 말한 바 있다. 올 시즌엔 완전히 달라졌다. 가로채기 1위(평균 1.82개), 도움 4위(4.41개), 3점슛 6위(1.59개) 등 포인트가드로서의 기량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최근엔 해결사 본능까지 과시하고 있다.
20일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선 180도 회전 뒤 골대를 등진 채 레이업을 성공시키는 ‘마술쇼’로 경기를 가져왔다. 경기 막판 김선형의 환상적인 경기력에 흐름이 에스케이 쪽으로 완전히 넘어오면서 선두 모비스를 11점 차로 완파했다. 23일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는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 3점슛을 꽂았다. 승부처에서 승패를 책임지는 ‘에이스’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었다. 팀은 연장 승부 끝에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따냈다. 문경은 에스케이 감독은 “김선형은 이전에는 상대가 지역방어를 서면 패스를 주려고만 했다. 최근엔 공간이 비면 자신감을 갖고 던지라고 주문했는데 잘 따라주고 있다”고 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