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실업 핸드볼 장인익 코로사 감독이 25일 서울 성북구 고대부고 체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웰컴론과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 만료로 인한 코로사의 운영난에 대해 심경을 밝힌 뒤 고개를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핸드볼 디펜딩챔피언 ‘코로사’
후원사 없어 5년만에 또 해체위기
후원사 없어 5년만에 또 해체위기
국내 남자핸드볼 리그 전년도 우승팀 코로사가 또 한번 해체 위기에 몰렸다. 지난 5월 코리아리그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불과 6개월 만이다. 6년간 팀을 후원한 대부업체 웰컴론이 지난 8월 후원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팀 창단주인 정명헌 코로사 대표는 25일 서울 정릉동 고려대 사대부고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 후원사와 계약이 끝나면서 기업 60여곳에 스폰서 제안을 했지만 답을 얻지 못해 팀을 해체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선수 연봉과 구단 운영비 등 한 해 13억원 정도의 구단 운영비가 필요한데 아직 8억원 이상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코로사는 2001년 장미 육종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에서 창단한 팀이다. 지난 시즌 코리아리그를 비롯해 14년간 국내외 20여개 대회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 2009년에도 팀이 해체 직전까지 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웰컴론의 후원으로 올해까지 팀을 유지해 왔다.
내년 1월까지는 웰컴론이 선수 월급을 보장하기로 했다. 그 사이 새 후원사를 찾지 못할 경우 팀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은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한다. 30일 계약 기간이 끝나는 선수 3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등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핸드볼이 국내에선 비인기 종목이지만, 세계적으로 코로사는 최강 팀 가운데 하나다. 제2, 제3의 웰컴론이 등장해 우리 핸드볼과 꿈나무 선수들에게 미래의 문을 넓혀 달라”고 말했다. 핸드볼은 국내 리그가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지난 시즌 우승을 달성한 코로사마저 기업들의 후원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 대표는 “대한핸드볼협회가 국내 리그 기간을 2개월로 축소했다. ‘2개월 홍보’를 위해 한해 1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할 기업은 없다”고 주장했다.
팀의 존폐를 놓고 경영진과 선수단의 내분 양상도 보이고 있다. 이날 코로사 선수들은 애초 예정과 달리 기자회견에 전원 불참했다. 정 대표가 웰컴론과의 계약 종료와 팀 해체 위기 등을 선수단보다 언론에 먼저 알린 결정에 집단 반발하고 있다. 장인익 코로사 감독은 “코치진과 선수들이 지난 금요일 방송을 통해 팀 해체 위기 소식을 들었다. 선수들은 어젯밤부터 숙소에서 보이지 않았고, 일부 선수들이 문자메시지로 ‘오늘 회견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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