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화 탓 ‘트리플 더블’ 사라져
지난 두시즌 ‘0’…올 시즌 1번뿐
김승현 “스타선수 보호도 한몫”
지난 두시즌 ‘0’…올 시즌 1번뿐
김승현 “스타선수 보호도 한몫”
농구에서 트리플 더블(한 경기 3개 부문 두자릿수 기록)은 ‘만능 선수’한테 주어지는 훈장이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트리플 더블은 지난 두 시즌 자취를 감췄다. 올 시즌에서야 리오 라이온스(삼성)가 지난 3일 케이티(KT)전에서 37점·16튄공·11도움으로 모처럼 기록했다. 2012년 3월4일 오세근(KGC)이 삼성전에서 기록한 이후 무려 2년9개월 만이다.
장신 선수들은 도움주기에, 단신 선수들은 튄공잡기에 약점이 있다. 높낮이에서 오는 단점을 극복하고, 공격·수비 능력을 모두 갖춘 전천후 선수들만 달성하는 게 트리플 더블이다. 아마추어에서는 오세근이 중앙대 시절이던 2010년 한국 농구 사상 첫 쿼드러플 더블(4개 부문 두자릿수 성적, 14점·18튄공·13도움·10블록슛)을 기록해 농구계를 놀라게 한 적도 있다. 프로에서는 트리플 더블만 106차례 나왔다. 국내 선수로는 주희정(SK)이 8차례로 국내 선수 역대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외국인 선수 앨버트 화이트는 전자랜드 선수 시절이던 2003~04시즌에만 8차례 트리플 더블(총 9회)을 기록한 적도 있다. 트리플 더블은 프로농구 출범 첫해인 1997년 제럴드 워커(당시 SBS)의 첫 기록을 시작으로 15시즌 동안 거르지 않고 나왔다. 2000~01시즌 21차례 나온 것을 정점으로 급격히 수치가 줄었다. 2007~08시즌 이후 세 시즌 동안 두차례밖에 나오지 않았고, 2012~13시즌부터 2년 넘게 아예 기록이 자취를 감췄다.
미국프로농구(NBA)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1960년대 스타였던 오스카 로버트슨(181회)을 비롯해 매직 존슨, 제이슨 키드(이상 은퇴) 등이 100회를 넘는 트리플 더블을 기록했지만, 현역 최다 기록을 보유한 르브론 제임스가 채 50회를 넘지 못한다. 농구가 포지션에 따른 분업화, 전문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벤치에서 스타급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을 우려해 출장 시간을 제한하는 까닭도 있다.
김승현 <아프리카 티브이> 해설위원은 “예전에는 스타급 선수들이 한 경기를 거의 다 뛰다시피 했다. 최근엔 감독들이 에이스급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사용하면서 이런 기록을 만들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포지션 전문화로 멀티 플레이어들이 줄어든 것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