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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프로포즈…‘여보, 결혼반지 늦었지’

등록 2016-09-11 13:32수정 2016-09-11 21:58

장애인체육회 직원이던 아내 만나
2년전 신혼여행 없이 웨딩마치만
″결혼반지 못해줘 늘 맘에 걸렸죠
부족한 나와 결혼해줘 고마워”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패럴림픽 시각장애 남자 100㎏급 결승에서 우승한 최광근(오른쪽)이 아내 권혜진씨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패럴림픽 시각장애 남자 100㎏급 결승에서 우승한 최광근(오른쪽)이 아내 권혜진씨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남자 유도 100㎏급 결승전에서 한판승으로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2연패를 결정지은 뒤 최광근(29·수원시청·시각장애)은 곧바로 응원석으로 달려갔다. 아내 권혜진(37·대한장애인체육회 대리)씨가 눈물을 흘리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광근은 권씨를 뜨겁게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이어 그는 메달 수여식과 언론 인터뷰가 끝난 뒤 경기장 밖에서 권씨에게 뒤늦은 프러포즈를 했다. 금메달을 꺼내 권씨 목에 걸어준 최광근은 “부족한 나와 결혼해줘서 고맙다”고 했고 권씨는 “그 어떤 남자보다 부족함 없는 남편이다”라며 웃어 보였다.

최광근이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리우)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패럴림픽 시각장애 남자 100㎏급 결승에서 안토니우 체노리우(브라질)를 발뒤축후리기 한판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광근에겐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결승전 상대가 브라질 선수라 경기 시작 전부터 안방 관중들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채 일방적으로 안토니우를 연호했다. 그러나 최광근은 1분21초 만에 발뒤축후리기로 한판승을 거두며 포효했다.

최광근은 전남 목포 대성초등학교 5학년 때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유도를 시작했다. 애초 운동선수가 꿈은 아니었지만 유도에서 남다른 재능을 발견한 최광근은 특유의 승부 근성으로 비장애인 유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시련은 2003년에 찾아왔다. 강릉 주문진고등학교 2학년 때 훈련 중에 상대 선수의 손가락에 왼쪽 눈을 찔려 실명했다.

그러나 최광근은 유도를 놓지 않았다. 경기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한쪽 눈으로 버티며 일반 유도 선수들과 맞섰다. 상대 선수들은 최광근의 약점인 왼쪽 사각지대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이에 맞서 최광근은 왼쪽 허리 근육과 기술을 단련했다. 이때부터 ‘허리 감아치기’는 그의 주특기가 됐다. 최광근은 장애인 유도로 전향한 뒤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12 런던패럴림픽에서는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1분 이내 한판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땄다.

최광근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내 권씨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2연패를 달성해 결혼반지 대신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겠다는 것. 최광근은 “늘 결혼반지를 못 해줘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최광근은 보란 듯이 우승했고 아내에게 금메달을 걸어줬다.

둘은 협회 직원과 국가대표 선수로 지난 런던패럴림픽 때부터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최광근은 권씨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권씨는 “당시 이천훈련원에서 근무를 하면서 합숙훈련을 하던 최광근과 자주 마주쳐 친해졌다”며 “나이 차이가 많아 처음엔 어린 동생으로만 여겼지만 예의 바르고 꿈이 많은 최광근의 모습에 마음이 열렸다”고 했다. 이후 둘은 2013년 겨울부터 연애를 시작했다. 권씨는 “내가 운전해야 한다는 것을 빼고는 불편한 게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이었던 권씨 주변에선 반대가 심했다. 권씨는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지만 최광근은 최고의 남자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열린 2014년,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반지도 신혼여행도 없는 소박한 결혼식이었다. 그리고 2년 뒤 두 사람은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고서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최광근-권혜진 부부 사이엔 아들 수현(1)군이 있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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