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황제’ 진종오(37·KT)는 지난달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리우) 올림픽 50m 권총 결선 9번째 발에서 6.6점을 쏴 최대 위기를 맞고도 총점 193.7점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자칫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진종오는 포기하지 않고 초인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비결이 뭘까. 전부는 아니지만 그의 독서 편력도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우승 후 공식인터뷰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좋은 책을 읽었다. 글을 잘 쓰시는 스님의 책을 참 많이 읽었다”고 했다. 인터뷰 후 다가가 물었더니 진종오는 “혜민 스님의 책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과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다 읽었다”고 했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는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과 가족, 친구, 동료를 향한 사랑의 메시지가, 300만부 판매고를 올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는 각박한 세상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지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글이 담겨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는 낚시를 즐기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했지만 올해는 경기 일정이 빡빡해 그러질 못했던 진종오는 그보다 용이하게 명상의 시간에 빠져들 수 있는 독서를 택했다.
리우올림픽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여자 유도 48㎏급 정보경(25·안산시청)은 태릉선수촌과 리우올림픽 현지에서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독파했다고 했다. 정보경은 “이 작가의 책을 전부 사 들고 선수촌으로 들어갔다”고 말했을 정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백야행><공허한 십자가><악의>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 소설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떤 점이 정보경을 끌어들였을까.
정보경은 “책을 따라 읽으면서 사건의 현장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고 그 속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해결해나가는 즐거움이 컸다”면서 “히가시노 게이고 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추리 소설을 특히 자주 봤다”고 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은메달을 따낸 데 이같은 독서가 도움이 됐을까. 정보경은 “직접적인 도움은 아니겠지만 전략을 짜서 상대를 공략하고 문제를 푸는 대목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패자의 품격’을 보여준 태권도 국가대표 이대훈 사진 연합뉴스
리우올림픽에서 ‘패자의 품격’을 보여준 태권도 국가대표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은 평소 독서를 즐기지만 최근엔 영화에 더 끌린다고 했다. 틈이 날 때마다 독립영화관을 찾는다는 것. 그 중에서도 피터 위어 감독의 1989년작 <죽은 시인의 사회>와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인도 영화 <세 얼간이>를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아내는 사람들에게선 배울 점이 많다”는 그는 “<세 얼간이> 속 주인공들은 별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에서도 즐거움과 배울 점을 찾아나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배움’이 그가 생각하는 인생의 주요 가치라고 믿는 이대훈에게 제 격인 영화였던 것이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