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잠실에서 만난 제주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 안병식 레이스디렉터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제주가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코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권승록 기자
“자연을 품고 달리면서 자신과 타인을 발견하는 일이 트레일러닝의 가장 큰 매력이다.”
2011년 시작된 제주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가 해마다 참여자수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이 대회를 조직하고 코스를 구성한 안병식(43) 레이스디렉터가 내놓은 답변이다. 2011년 300여명으로 시작한 제주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는 지난해 12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올해는 10월(14~16일)에 사흘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이번 대회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스테이지 레이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테이지 레이스는 하루에 정해진 코스를 완주하고 다음날 새로운 코스에 도전하는 방식을 말한다. 32㎞(한라산 코스), 32㎞(오름 코스), 36㎞(해변 코스)를 각각 8시간의 제한을 두고 달린다. 완주하면 제주 지형 전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짜였다. 안 디렉터는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경주보단 완주가 목표인 대회”라며 “3일간 같이 뛰고 자고 밥을 먹으면서, 서로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참가자들이 깊이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트레일러닝은 일반들에겐 여전히 낯선 스포츠다. 산악달리기의 일종인데 오솔길을 포함해 사막이나 산맥, 남북극 같은 오지까지 경계 없이 달리는 아웃도어 스포츠다. 얼핏 철인들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처럼 보이지만 가벼운 산길로 구성된 5㎞·10㎞·18㎞대회도 있어 일반인들이 자연을 감상하면서 달릴 수 있다. 안 디렉터는 “트레일러닝은 자연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대 초반까지는 “운동과 달리기에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2000년에 우연히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기 전까지 그는 제주대학에서 서양미술을 전공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영화 속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의 달리기에 감명을 받은 뒤 5㎞ 단축마라톤에 참가했다. 단숨에 달리기에 매료된 그는 이후 100㎞ 울트라마라톤, 철인 3종 대회에 참가했다.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사막으로 갔다. 이집트 사하라 사막과 중국 고비 사막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2010년엔 독일과 프랑스를 횡단하는 2350㎞ 코스를 한 해에 모두 완주한 세계 첫 번째 선수가 됐다.
그는 달리기를 통해 얻은 희열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제주도에 국제트레일러닝대회를 조직했다. 그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제주가 곧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코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참가를 원하는 독자는 http://www.ultratrailjeju.com에 방문하면 된다)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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