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가 5일(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회초 삼진을 당한 뒤 안타까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길고도 험했던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빅리그 첫 시즌이 포스트시즌 첫번째 경기에서 아쉽게 마무리됐다.
5일(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단판승부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9회말까지 2-2로 비긴 뒤 연장 11회말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끝내기 3점홈런을 맞고 2-5로 패했다. 자신의 생애 첫번째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이날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볼티모어의 패배로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김현수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무산됐다. 토론토는 7일부터 텍사스와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5판3승제)를 치른다.
중요한 경기에서 4번 모두 땅볼로 물러난 것에 대해 김현수는 “하던 대로 하면 됐는데 많이 아쉽다. 빅리그가 처음이라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김현수에겐 올해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만큼 시련도 많았다. 김현수는 케이비오(KBO)리그 ‘타격기계’로 정교한 타격과 출루 능력을 인정받아 큰 기대를 받고 빅리그에 진출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타율 0.178로 저조했다. 이에 구단은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려 했지만 그는 강등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미운털’이 박혀 시즌 개막전에서 안방팬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했다.
시즌 6번째 경기에서야 비로소 첫 선발 기회를 잡은 김현수의 타순은 9번이었다. 낯선 타순이었지만 그는 사력을 다했다. 지난 4월10일 탬파베이와의 빅리그 데뷔전에서 내야땅볼을 치고도 혼신을 다해 1루로 달렸다. 그렇게 행운의 내야안타 2개를 얻었다. 정타는 아니었지만 간절함이 만들어낸 2안타였다. 이후 김현수는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서도 차곡차곡 타율을 쌓아갔다. 그러면서 타순은 5월부터 2번으로 조정됐다. 지난달 1일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지난달 29일 토론토와의 방문경기에서 9회초 대타로 등장해 극적인 역전 결승 투런포를 쏘아 올린 것이다. 볼티모어는 이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결정지을 수 있었다. 김현수의 올 시즌 기록은 타율 0.302(305타수 92안타), 6홈런, 22타점이다.
이날 김현수는 7회말 멜빈 업턴 주니어의 좌익수 뜬공을 처리하면서 외야 관중석에서 날아든 알루미늄 캔에 맞을 뻔한 아찔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 캔은 김현수를 빗나갔고, 캔을 던진 관중은 경찰에 붙잡혔다. 이를 지켜본 중견수 애덤 존스와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거세게 항의했다. 애덤 존스는 경기가 끝난 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토론토 관중이 김현수를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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