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의 덱스터 파울러가 3일(한국시각) 미국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경기에서 1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선제 1점 홈런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명승부 끝에 108년의 한이 먼저 풀렸다. 61년간 팀을 옭아매던 지긋지긋한 ‘염소의 저주’에서도 벗어났다.
미국프로야구(MLB)에서 가장 오랜 기간 우승하지 못한 시카고 컵스가 3일(한국시각) 미국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7차전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8-7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108년 만에 메이저리그 정상에 올랐다.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절대우위에 놓여있던 클리블랜드는 시카고 컵스에 내리 3경기를 내주며 우승에 실패했다. 시카고 컵스 다음으로 미국 프로야구에서 오랜 기간(68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던 클리블랜드는 ‘와후 추장의 저주’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끝장 승부에서 시카고 컵스는 선발 카일 헨드릭스가 제 몫을 해줬다. 헨드릭스는 63개의 공을 던지며 4⅔이닝 4피안타 1볼넷 2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초반 경기 분위기를 이끌었다. 반면 클리블랜드 선발 코리 클루버는 부진했다. 지난 월드시리즈 1차전(6이닝 무실점)과 4차전(6이닝 1실점)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지만 마지막 7차전에서는 체력적인 한계를 넘지 못했다. 4이닝 6피안타 4실점. 이날 경기 전까지 클루버의 올 시즌 포스트시즌 성적은 4승1패, 평균자책점은 0.89이었다.
시카고 컵스는 1회 시작부터 클루버를 두들겼다. 선두타자 덱스터 파울러가 선제 1점 홈런을 터뜨렸다. 역대 최초 월드시리즈 7차전 선두타자 홈런이었다. 주춤한 클루버를 상대로 컵스는 4회 선두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앤서니 리조의 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애디슨 러셀이 1타점 희생플라이를, 윌슨 콘트레라스가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3-1로 달아났다. 5회에도 선두타자 하비어 바에즈가 1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클리블랜드는 1-4로 뒤지자 클루버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앤드류 밀러를 투입했다.
클리블랜드는 3회 2안타를 묶어 1득점을 올리고 5회 헨드릭스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은 존 레스터를 상대로 내야안타와 폭투를 묶어 2점을 더 뽑아내며 추격에 나섰다. 우승을 향한 클리블랜드 타선의 후반 집중력은 매서웠다. 클리블랜드의 7번 타자 라자이 데이비스는 8회말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을 상대로 승부를 원점(6-6)으로 만드는 극적인 2점 홈런을 뽑아냈다. 경기를 연장 승부로 끌고 간 한방이었다.
그러나 시카고 컵스는 연장 10회초 선두타자 카일 슈와버의 우전안타와 리조의 고의 4구로 맞은 1사 1,2루 기회에서 벤 조브리스트가 1타점 결승 2루타를, 미겔 몬테로가 적시타를 터뜨리며 다시 2점차로 앞서갔다. 클리블랜드도 포기하지 않았다. 연장 10회말 1점을 더 뽑아내며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1점차는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8-7로 시카고 컵스가 연장 접전 끝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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