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술을 마신 채 차를 몰고 숙소인 서울 삼성동 호텔로 향하던 중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모습. 강남경찰서 제공
최근 서울 강남에서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과거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정호가 ‘음주운전 삼진아웃제’ 적용 대상이라고 확인했다.
5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정호가 지난 2일 음주 사고 이외에도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건 모두 당시 세간에 알려지진 않았다. 2009년 강정호는 우리 히어로즈 1군 유격수로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고 물적 피해까지 낸 2011년은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 있었다. 당시 소속팀 넥센은 팀 최다 연패에 빠진 상태였다.
앞서 지난 2일 강정호는 새벽 2시48분께 술을 마신 채 베엠베(BMW) 승용차를 몰고 자신이 투숙하던 삼성동의 한 호텔로 향하다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입건됐다. 사고 당시 강정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84%였다.
이로써 강정호는 3차례 음주운전 적발로 면허정지가 아닌 ‘면허취소’를 당하게 됐다. 경찰은 2001년 7월부터 음주운전으로 3회 적발된 운전자의 면허를 취소시키는 ‘삼진아웃제’를 운영 중이다. 경찰은 또 강정호가 동승한 친구인 유아무개(29)씨와 짜고 ‘운전자 바꿔치기’를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유씨는 사고 당일 경찰 진술에서 “내가 운전했다”고 했지만 경찰이 블랙박스를 확인하면서 강정호가 운전한 것으로 탄로났다. 유씨는 경찰에 거짓 진술을 한 것에 대해 “친구라서 선의로 그랬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4일 경찰 2차 출석에서도 “(강정호가) 유명인이라 곤란해질 것 같아 그랬다”며 동일한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번주 안으로 강정호를 추가로 불러 조사를 벌일 예정이며 강정호는 이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공모 정황이 확인되면 경찰은 두 사람에게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강정호는 지난 6월 미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입건된 데 이어 과거 음주운전 전력까지 뒤늦게 밝혀지면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 2일 강정호의 소속팀인 피츠버그는 구단 사장 명의 성명을 내고 “강정호에게 극도로 실망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에서 음주운전은 약물복용에 버금가는 범죄로 취급된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