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 아프가니스탄 소년으로 유명해진 무르자하 아흐마디를 안고 있는 리오넬 메시. 사진 FC바르셀로나 누리집 갈무리
비닐봉지로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만들어 입은 아프가니스탄 소년이 꿈에 그리던 자신의 우상을 마침내 만났다. <에이피>(AP)통신 등 외신은 14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 바르셀로나의 친선 경기에서 무르타자 아흐마디와 메시가 만났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중부의 한 농촌 지역에 살던 6살 소년 무르타자는 지난 1월 이른바 ‘비닐봉지 메시’로 불리며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메시와 축구를 사랑했던 소년은 파란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복이 갖고 싶었다. 하지만 가난했던 소년은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비닐봉지를 활용해 유니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파란색 글씨로 삐뚤빼뚤 ‘MESSI(메시) 10번’이라고 적었다. 소년은 유니폼도 거꾸로 입은 채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전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1달 뒤 이 사진을 본 메시는 유엔아동기금(UNICEF)을 통해 자신의 사인이 들어간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소년에게 선물했다.
기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이번 친선 경기에 앞서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 소년은 메시의 손을 잡고 축구장에 들어섰고, 바르셀로나 선수들과 엉거주춤한 자세로 기념촬영도 했다. 무르타자는 “내 영웅을 만나서 정말 행복하다”면서 “이곳이 나의 첫 축구장 방문이다. 꿈만 같다”고 말했다. 무르타자는 이날 경기장에서 메시의 골을 앞세운 바르셀로나가 승리하는 장면도 지켜봤다.
그러나 무르타자의 신변은 여전히 안전하지 못하다. 그는 현재 파키스탄에 머물고 있다. 무르타자의 아버지 무하마드 아리프 아흐마디는 지난 5월 <시엔엔>(CNN)에 “왜 쿠란(이슬람 경전)을 가르치지 않고 축구를 가르치는 거냐며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20∼30차례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아들이 해를 당할까 두려워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야했던 것이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