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단독 1위 안양 케이지씨(KGC) 인삼공사를 이끌고 있는 주포 이정현(왼쪽)과 오세근. 사진 한국프로농구연맹(KBL)제공
2016~2017 프로농구 단독 1위(15승5패) 안양 케이지시(KGC)인삼공사의 김승기 감독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가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인삼공사는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 전주 케이씨씨(KCC)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벌인 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챔피언전 진출이 좌절된 뒤 후회를 많이 했다”는 김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선수단 회식에서 다음 시즌엔 꼭 챔피언전에 올라가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인삼공사는 단단히 벼르고 새 시즌에 임했으나 1라운드 후반에는 다소 주춤했다. 3연패에 빠지며 중위권으로 밀렸다. 김 감독은 “조금 방심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이 반성했다”며 “3연패 뒤 나뿐만 아니라 선수단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결국 인삼공사는 2라운드에서 8승1패로 10개 구단 중 최고의 성적을 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7일 케이씨씨전에서 승리해 5연승을 달리며 다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최근 12경기에서 11승(1패)을 챙기는 압도적인 상승세다.
인삼공사는 애초 우승 전력으로 분류됐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빅3’(이종현, 최준용, 강상재)를 제외하고 어떤 선수가 입단해도 즉시 주전으로 투입되긴 힘들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잠시 방심한 사이” 인삼공사는 연패에 빠졌고, 서울 삼성과 고양 오리온이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위기감을 느낀 인삼공사는 주장 양희종을 중심으로 다시 뭉쳤다. 타 구단과 달리 외국인 선수에게 크게 의지하지 않았다. 토종 에이스들이 합심해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 최고의 슈터 이정현이 살아났다. 그는 2라운드에서 평균 18.1점, 6.1도움주기, 2.2튄공잡기로 2라운드 최우수선수(MVP, 총 유효 99표 중 40표)에 올랐다. 2010년 데뷔 이후 첫 수상이었다. 김 감독은 “결정적 순간 이정현의 득점력과 집중력은 한국 최고”라고 치켜세운다. 이정현에게 4표 차로 밀린 팀 동료 오세근은 ‘선수 생산성 지수’(PER)에선 국내 선수 중 최고(21.7점)였다. 이 지수는 가장 효율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높은 점수가 부여된다. 김 감독은 “두 선수가 중심을 잡아주니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자기 위치에 맞는 농구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이 말한 ‘아래’는 바로 문성곤이다. 문성곤은 지난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에 입단했지만 평균 7분30초를 뛰며 1.7점, 1튄공잡기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나는 거품이었다”며 지난 시즌을 철저히 반성한 문성곤은 주장 양희종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자 기회를 잡았다. 문성곤은 올 시즌 평균 18분50초를 뛰며 5.25점, 3튄공잡기를 기록 중이다.
인삼공사는 현재 100% 전력이 아니다. ‘이정현-오세근-양희종’으로 구성된 국가대표 라인업에서 양희종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 새로 영입하려 한 외국인 선수 마커스 블레이클리와의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그래도 김 감독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감독은 “멀리 볼 필요 없다. 한 게임 한 게임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열망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2011~2012 시즌 인삼공사 우승 주역 중 한명인 이정현은 “언제까지 이 멤버와 같이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 멤버로 올 시즌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