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슬이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연수원 농구장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용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강이쓰리 포인트.’ 여자프로농구 부천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의 포워드 강이슬(22)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별명이다. 자신의 장기인 3점슛에 매료된 열성팬이 지어준 별칭이다. 안방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 팬은 ‘강이쓰리 포인트’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강이슬을 연호한다. 이에 더해 강이슬의 눈이 자주 건조해진다는 사실에 안약을 챙겨주는가 하면 체력보충을 위해 블루베리 상자도 보내준다. 강이슬은 “경기를 하다가 지칠 때면 관중석을 올려다본다”며 “팬들을 보면 다시 힘이 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이런 관심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 케이이비하나은행 훈련장에서 만난 강이슬은 “나 스스로도 팀에서 중심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답변은 시종 씩씩하고 명랑했다.
케이이비하나은행은 2016~2017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5전 전패를 당했다. 그러자 올해 초 이 팀에서 불거진 ‘첼시 리 사태’의 여파 때문이라는 평가가 어김없이 나왔다. 팀의 에이스인 김정은도 무릎 수술로 1, 2라운드를 뛸 수 없는 상황이었고, 외국인 듀오(카일라 쏜튼, 나탈리 어천와)도 1라운드에서는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자연히 강이슬의 외곽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강이슬은 “(첼시 리 건 때문에) 다소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살리려고 공격을 무리하게 하다 보니 잘 풀리지 않았다”며 1라운드를 돌아봤다.
전패였지만 희망은 엿볼 수 있었다. 1라운드 후반부터 선수들 간 호흡이 좋아졌다. 프로 2년차 신인 김지영이 ‘더블클러치’ 등 묘기를 선보이며 코트를 겁없이 누볐다. 가능성을 본 이환우 케이이비하나은행 감독대행은 1라운드 뒤 “팀 디펜스(수비)부터 다시 하나씩 철저히 해보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강이슬도 부담을 조금씩 내려놨다. 이후 2라운드부터 케이이비하나은행은 그야말로 ‘상전벽해’와 같았다. 2·3라운드를 8승2패로 마치며 단독 2위로 올라섰다. 2패도 최강 우리은행과의 대전 결과였다. 시즌 직전만 해도 최하위 후보로 거론됐던 케이이비하나은행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우선 주득점원인 강이슬의 시야가 넓어졌다. 그는 “2라운드부턴 나에게 수비가 몰리면 공간이 생긴 다른 선수에게 공을 주는 여유가 생겼다. 조직력에서 나오는 득점이 많아지면서 팀의 사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상대 수비가 강이슬을 집중견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강이슬은 현재 3점슛 리그 2위(27개)다. 지난 시즌보다 평균득점이 4.36점 높아진 13.33점(9위)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출전시간도 29분38초에서 35분31초로 늘어났다. 1년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사이 강이슬은 지난 6월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했다. 최종예선을 앞두고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위성우(현 우리은행 감독)표 지옥훈련도 견뎌냈다. 강이슬은 “한국 최고 선수들이 다 모인 자리였던 만큼 배운 게 많았다. 선배들이 수비에서 내가 부족한 점을 직접 고쳐줬고 나도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팀으로 돌아와서 강이슬은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를 만났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훈련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스타일이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이 수비 진영이 변하면 어떻게 움직이는 게 좋을까?” 같은 질문. 강이슬은 “처음엔 낯설었다”면서도 “질문을 곱씹다 보니 농구에 대해 더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조금씩 창의적인 농구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강이슬을 중심으로 한 케이이비하나은행의 돌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정은이 3라운드에 돌아왔고,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는 ‘지염둥이’ 김지영의 당찬 활약도 팀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강이슬 역시 “지금 팀 분위기가 점점 차오르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용인/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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