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모두 15명. 이들 중 해를 넘기고도 계약을 하지 못한 선수는 엘지(LG)의 정성훈(37), 케이티(kt)의 이진영(37), 엔씨(NC)의 조영훈(34), 롯데의 황재균(30) 등 총 4명이다. 황재균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미국 진출과 친정팀 잔류, 케이티의 러브콜 등 3가지 선택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1월 중순까지는 미국행을 타진해볼 계획이다. 반면 나머지 3명의 향배는 사실상 구단이 주도권을 쥐고 있어 모두 애가 타는 상황이다.
최근 케이비오(KBO)리그는 베테랑을 중용하기보다는 세대교체에 주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30대 후반 선수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하기 위해 팀 내 유망주를 보상선수로 내줄 구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협상 테이블에서 정성훈과 이진영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잔류 아니면 은퇴다. 용덕한(NC)은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 권리 행사를 하고도 불러주는 팀이 없어 은퇴했다.
정성훈과 이진영은 2009년과 2013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자유계약이다. 둘은 2013년에 나란히 34억원에 계약하며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이후 4년의 시간이 흘렀고 둘 모두 37살이 됐다. 구단으로선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정성훈은 지난해 타율 0.322에 6홈런, 64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지만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연봉 5억원에 값하는 활약은 아니었다. 이진영 역시 지난해 타율 0.332에 10홈런, 72타점으로 녹슬지 않은 성적을 보였지만 정성훈과 마찬가지로 규정 타석에 미달했다. 연봉은 6억원이었다.
여전히 협상이 지지부진하지만 엘지와 케이티 모두 이들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엘지 쪽은 3일 “정성훈을 잡고 싶어 지난 연말에도 접촉했다”며 “시간이 남아 있어 조건을 상호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케이티 역시 “신생팀이라 베테랑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해 조금씩 입장 차를 줄여가고 있다”면서도 “결과가 이번주 내에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영훈은 이번에 처음 자유계약 신분이 됐다. 에릭 테임즈가 엔씨에 입단한 2014년 이후 테임즈의 1루수 수비 백업으로 출전했다. 지난 시즌엔 타율 0.335에 5홈런을 기록했다. 테임즈가 팀을 떠났지만 이 자리는 새로 영입된 외국인 선수 재비어 스트럭스가 메울 것으로 보인다. 엔씨 역시 급할 것이 없다. 엔씨는 “지난 연말까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지는 않았다”며 “협상은 진행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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