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오른쪽)와 김지영이 1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트와이스의 ‘티티’(TT) 춤을 추고 있다.용인/연합뉴스
“동영상 보면서 춤 연습을 하긴 했는데 음치에 박치라 걱정이네요.”
15일 경기도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여자농구 올스타전을 앞두고 만난 김단비(27·신한은행)는 설렘 반 걱정 반의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올스타전 국내 선수 최다득표(4304표)를 받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 이날 선수들이 입장할 때 춤을 선보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프로 9년차에 올스타 출전도 9번째인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 김단비도 춤 앞에선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단비는 이날 인기그룹 아이오아이(IOI)의 ‘너무너무너무’에 맞춘 안무를 선보여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실력으로 대선배들을 넘을 순 없을 것 같다”며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플레이로 올스타전 최다 출전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역대 올스타전 최다 출전 기록은 변연하(은퇴·12회)가 가지고 있다.
영하 10도에 이르는 한파에도 이날 올스타전에는 본경기가 열리기 2시간 전부터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본경기만큼이나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3점슛 대회를 포함해, 여자농구 신예(3년차 이하)팀과 연예인 농구단 간의 친선경기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3점슛 대회에선 이경은(30·KDB생명)이 최근 2년 연속 3점슛 대회 정상을 차지한 박하나(27·삼성생명)를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김지영(19·KEB하나은행), 박지수(19·KB스타즈) 등으로 구성된 신예 여자농구팀은 가수 박진영과 배우 오만석 등으로 꾸려진 연예인 농구단에 62-40으로 여유있게 승리하며 프로 선수의 자존심을 살렸다. 김지영은 이 경기에서 시작부터 자신의 전매특허인 유로스텝(지그재그스텝)과 더블클러치를 보여주며 코트를 뜨겁게 달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여자농구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변연하, 이미선, 신정자 등 여자농구의 전설들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났고 새 얼굴들이 그 자리를 빠르게 채워갔다. 올스타전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여자농구 팬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염둥이’ 김지영과 ‘대형 신인’ 박지수가 각각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 나섰다. 이들은 1쿼터를 마친 뒤 올스타전의 공식 행사로 자리잡은 ‘더블유(W) 스페셜 공연’에서 티브이엔(tvN)의 인기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한 공연을 선보였다. 이어 인기그룹 트와이스의 댄스 공연도 펼쳤다. 평소 코트에서 엄하기만 하던 위성우(우리은행), 임근배(삼성생명) 감독 등 6개 구단 사령탑들도 푸근한 ‘아빠미소’로 공연을 지켜봤다.
본경기에선 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블루스타(삼성생명·신한은행·KB스타즈)가 위 감독이 이끄는 핑크스타(우리은행·KDB생명·KEB하나은행)에 102-100으로 승리했다. 최우수선수(MVP)엔 3점슛 4개를 포함해 16점을 기록한 강아정(28·KB스타즈)이 선정(총 66표 중 41표)됐다. 2014~2015 시즌 올스타 이후 2번째다. 강아정은 경기 뒤 “예상하지 못한 수상이라 얼떨떨하다”며 “올스타전이니 즐기자는 마음으로 했던 게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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