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왼쪽) 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과 김연아 이종근 기자
강원도청이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유명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이들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10일 뒤늦게 확인됐다. 또한 평창겨울올림픽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게재하는 언론사와 기자의 동향 역시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평창올림픽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평창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자 강원도청이 내놓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조사 대상에 대한 사전 동의 없이 이들에 대한 여론 추이를 임의로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려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겨레>가 10일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평창동계올림픽 부정적 인식 극복방안 연구결과 보고서’를 보면 강원도청은 이같은 주제로, 서울의 한 데이터 분석업체에 의뢰해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7일까지 약 2년간 뉴스, 커뮤니티, 블로그,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 등 온라인에서 언급되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14만4216건의 데이터를 전수 분석해 여론 동향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청이 이를 외부업체에 의뢰한 시기는 문화체육계 전반을 농단한 최순실 게이트가 전면에 불거진 지난해 11월 중순께였다.
이 보고서는 결론에서 평창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회 개최에 대한 부정여론(84%)이 압도적이라고 지적하면서 ‘국민적 호감이 있는 김연아와 김동성을 활용해 긍정적 여론을 끌어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김연아에 대해선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이자 평창 개최에 대한 긍정적 요인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표현했고, 김동성에 대해선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돼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매우 호감을 살 수 있는 인물’로 분석했다. 때문에 ‘이들이 평창을 위해 열정을 보이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긍정적 여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조사에 대해 김동성은 “금시초문이다”면서 “평창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아무런 허락없이 평판을 내리려 한 점은 유감이다”고 밝혔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선수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효율적인 홍보를 위해 다양한 여론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서 전략을 짜려고 했을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청이 이같은 조사를 토대로 여론 전환에 나선 것은 ‘평창올림픽을 주관하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가진 부정적 이슈들과 조금 거리를 두면서 평창에 대한 홍보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평창올림픽은 지난 1년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6월 조양호 평창올림픽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했는데 이는 최근 헌재 변론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사태였음이 드러났다.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평창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끌기보다 현재 가장 부정적으로 엮여있는 최순실 게이트와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급선무”라고 논평했다.
뿐만 아니다. 평창 대회가 1년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난해 8월말, 개·폐회식 연출(1000억여원 예산)을 맡았던 유명 패션 디자이너 출신 정구호 씨가 내부 불협화음으로 전격 사퇴한 데 이어, 지난 10월 첫 선을 보인 평창겨울올림픽 홍보 뮤직비디오가 2억여원을 들여 제작된 데 비해 형편없이 낮은 완성도를 보여 누리꾼들에게 ‘세금낭비’라는 혹독한 비판 세례를 맞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또 이같은 부정적인 여론(△사후시설관리문제 △흥행부진 우려 △적자)을 차단하고자 평창올림픽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은 기사를 연달아 내보내는 언론사와 기자의 동향을 파악한 분석도 실려있다. 특정 언론사와 해당 기자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뒤 ‘부정적인 뉴스를 자주 작성하는 기자들을 다수 포착했다’면서 ‘평창올림픽에 부정적 이미지가 클수록 기자들에게 좋은 기사 소재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된 기사를 자주 작성하는 스포츠 기자들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필 필요는 있다고 판단됨’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 관계자는 “기자들에 대한 동향 파악이라기보다는 빅테이터로 여론의 흐름을 분석한 것 뿐”이었다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스포츠 담당 기자들이 평창과 관련한 사건 기사를 많이 내다보니 그런 분석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이 결과를 토대로 별도의 조치를 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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