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그동안 정치 발언에 소극적이었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까지 변화시켰다.
우즈는 12일(현지시각)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의 ‘평등’(Equality) 캠페인에 미국프로농구(NBA)의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듀랜트, 테니스의 서리나 윌리엄스 등과 함께 참여했다. 이 캠페인은 나이키가 ‘스포츠는 외모와 신념이 아닌 경기력으로만 평가받는 영역’이라는 기치 아래 새롭게 시작한 광고 시리즈다. 우즈는 이 캠페인에서 “우리가 스포츠에서 평등할 수 있다면, 어느 곳에서나 평등할 수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우즈는 1997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마스터스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흑인 차별이 여전히 남아 있는 미국에서 그는, 자신이 갖는 상징성에 비해선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었다. 되레 지난해 12월엔 반이민 행정명령을 포함해 각종 차별정책을 연달아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당시 당선자 신분)과 함께 골프를 치면서 일부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캠페인으로 우즈의 정치적 신념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닷컴>은 이날 “나이키의 이번 광고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겨냥한 것”이라며 “정치적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우즈로서는 이례적인 행보였다”고 평가했다.
최근 우즈는 자신 역시 트럼프의 차별정책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기도 했다. 우즈는 유럽프로골프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1일 미국 엘에이(LA) 국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향하려다가 시위대에게 막혀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다음날 우즈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함께 힘을 합쳐 미국에 가장 좋은 일을 해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