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종목 시상식에서 메달리스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일본의 하뉴 유즈루(은메달), 미국의 네이선 첸(금메달), 일본의 우노 쇼마(일본). 강릉/연합뉴스
19일 오전 9시께 강원도 경포대 인근 한 호텔 앞에서 만난 일본인 하야사카 미키(36)씨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곰돌이 푸우’ 인형을 안고 잔뜩 설렌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곰돌이 푸’는 일본의 ‘피겨킹’ 하뉴 유즈루(23)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다. “하뉴가 내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미키씨의 말을 곁에서 듣고 있던 일본 피겨 팬 10여명도 손짓으로 눈물 표시를 해보였다.
미키씨를 포함, 하뉴의 연기를 보기 위해 강릉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4000여명. 이들은 내년에도 강릉을 찾을 예정이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하뉴를 직접 눈에 담기 위해서다. 경포대 인근 숙소 예약도 이미 마친 상태라고 했다. 팬들 뿐만 아니다. 취재진이 활동하는 미디어 센터에서도 일본어가 가장 많이 들렸다. 대회 관계자는 외신기자 150여명 중 일본 기자가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은 ‘쿼드러플(공중 4회전) 대전’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1차 쿼드러플 대전’의 왕좌는 네이선 첸(18·미국)이 차지했다. 첸은 지난 17일 쇼트프로그램에서 103.12점으로 1위에 올랐다. 하뉴는 점프 실수로 3위(97.04점)에 그쳤다. 19일 열린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하뉴의 스케이팅에 모든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그러나 ‘점프 천재’ 첸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무려 5차례 쿼드러플 점프를 소화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하뉴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첸은 개인 최고점(307.4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뉴는 303.71점을 얻어 3.75점 차로 첸에 챔피언 자리를 내줬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을 모두 제패한 하뉴이지만, 4대륙 대회와는 이번에도 인연이 없었다. 3번째 준우승.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받으며 최종 결과를 기다리던 하뉴는 첸의 우승이 확정되자 다소 아쉬움이 담긴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국 남자 선수들은 모두 200점대를 넘기지 못했다. 이시형(판곡고)은 195.72점으로 16위에, 김진서(한국체대)는 195.05점으로 17위에, 이준형(단국대)은 187.58점으로 18위에 그쳤다. 전날 끝난 여자 싱글에선 최다빈(수리고)이 개인 최고점으로 5위(120.79점)를 차지해 2년 연속 ‘톱10’에 올랐다. 우승은 일본의 미하라 마이(200.85점)가 차지했다.
강릉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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