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열린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대 상무 연습경기. 경기 시작 전 김인식 한국 대표팀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5시 서울 고척돔.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이스라엘과 경찰 야구단의 시범경기가 끝난 뒤 만난 김인식 한국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이스라엘의 투수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한국의 1라운드 첫 상대(3월6일)다.
이스라엘은 28명의 최종 엔트리 중 투수만 16명을 포함시켰을 정도로 투수 구성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이들 중 한국전 선발로 예고된 제이슨 마키가 보여준 투구는 예상보다 정교했다. 마키는 선발로 나와 6년 연속 퓨처스(2군)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찰야구단을 상대로 2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31개. 지난 시즌을 쉬었지만 빅리그 통산 124승 투수의 저력은 살아 있었다.
마키의 속구 최고 시속은 140㎞였다. 그러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의 제구가 날카로웠다. 김 감독은 “마키가 전부 컷패스트볼을 던졌다. 빠른 공은 아니지만 제구가 좋았다”고 말했다. 마키 뿐만 아니다. 김 감독은 “투수들이 만만치 않다. 투수 8명이 나왔는데 6명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청을 이끈 유승안 감독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유 감독은 “마키가 구속이 올라오면서 볼끝이 매서워졌다. 만만히 볼 수 없다”면서 “현재 대표팀의 3, 4, 5번이 마키의 공을 쉽게 치지 못할 것 같으니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경찰 야구단에 5-2로 승리했다.
야수들 중에선 왼손 타자들의 타격이 돋보였다. 유 감독은 “이스라엘 좌타자들이 주자가 있을 때 우전안타로 1, 3루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직력에는 의문점이 남았다. 이스라엘은 여러 리그에서 뛴 선수들이 대회를 위해 급하게 모인 탓에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았다는 약점이 있다. 유 감독은 “우리가 초반에 점수를 낸 뒤에 작전을 걸고 흔들면 된다. 수비도 아주 좋다고 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투수진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과 상무의 시범경기에서 대표팀 선발로 나온 이대은은 1⅔이닝 6피안타, 1볼넷, 4실점으로 부진했다. 대표팀은 1-4로 졌다.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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