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이재영이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머리에 리본 단장을 하고 기뻐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인천을 연고로 하는 프로배구 남매가 같은 날 정규시즌 동반 우승을 확정했다.
흥국생명과 대한항공은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엔에이치(NH)농협 2016~2017 V리그 경기에서 각각 케이지시(KGC)인삼공사와 삼성화재를 꺾고 함께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흥국생명은 9년 만에 정규시즌 최정상에 올랐고, 대한항공은 6년 만의 우승이다. 흥국생명은 또 여자부 최초로 통산 4승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극적인 재역전승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한항공은 남자부 선두를 독주하다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에 잇따라 막혀 두차례 우승 기회를 놓쳤다. 대한항공은 이날도 5세트 초반 3점차까지 벌어지며 위기를 맞았으나 가스파리니의 서브득점을 계기로 반전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또 팽팽하던 11-11에서 비디오판독 결과 오심을 이끌어내 최후의 승자가 됐다. 대한항공이 이날 승점 2점을 추가하면서 자력 우승에 필요한 승점 70을 채웠다.
박기원 감독은 “먼 길을 돌아 왔다. 선수들이 잘해줘서 쉽게 우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우승 원동력으로 ‘두터운 선수층과 ‘자율 훈련’을 들었다. 박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하면서 밖에서 보니 대한항공은 우승 디엔에이(DNA)가 2% 부족한 팀”이라며 “자율훈련이 잘 맞아떨어진 것같다”고 말했다. 감독의 나이에 대해서 그는 “감독에게 나이는 의미가 없고 열정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다.”며 “다만 부족한 체력을 위해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케이지시(KGC)인삼공사를 3-0(25:15/25:13/25:21)으로 쉽게 따돌리고 승점 59(20승9패)를 확보했다. 흥국생명은 1세트부터 센터 김수지와 김나희를 적극 활용해 공격을 다변화하며 주포인 외국인 선수 타비 러브와 레프트 이재영의 부담을 줄였다. 알렉사가 분전한 인삼공사를 25-15로 이긴 흥국생명은 2세트부터는 러브와 이재영이 공격의 전면에 나서 인삼공사의 수비진을 흔들었고, 1시간7분 만에 3-0으로 승리했다.
박미희(54) 흥국생명 감독은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여성 감독으로 첫 우승을 달성하는 영예도 안았다. 감독 데뷔 3년 만에 우승을 거머쥔 박 감독은 “막상 우승을 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훈련보다는 선수 스스로 왜 배구를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더 높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프로스포츠 최초 여성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여성이라고 특별히 대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오늘로서 짐을 내려놓았다. 다른 지도자들이 바뀔 때마다 여성 지도자들도 같이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박미희 감독은 2006년 V리그 출범과 함께 최초로 여성 해설위원으로 활약했고 2014년 흥국생명을 맡으면서 감독에 데뷔했다. 박미희 해설위원 이후 여자부 경기는 이도희·이숙자 등 여성 해설위원들이 늘고 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레프트 이재영과 세터 조송화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백업들이 뒤를 받쳐 꾸준히 승수를 쌓았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딱 한차례 2연패를 당했다. 인천/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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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김학민(오른쪽)이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에서 정규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전달받고 있다. 인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