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엘에이(LA) 다저스의 류현진. AP 연합뉴스
케이비오(KBO)리그는 2000년대 초반 심한 부침을 겪었다. 메이저리그 시청자에 밀려 관중수도 급감했다. 하지만 2005년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006년 류현진(LA 다저스), 2007년 김광현(SK) 등 ‘특급 투수’들이 프로에 등장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들이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켜주면서 한국은 2006년 세계야구클래식(WBC) 4강과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대표팀 투혼에 감동한 팬들이 새롭게 유입됐고 케이비오리그는 지난해 1982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800만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3년 세계야구클래식 1라운드 탈락에 이어 2017년 대회에서도 같은 결과를 내면서 국내 리그의 번성과는 달리 국제 경쟁력은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 지적들 중 팔할은 불안한 마운드에 쏠려 있다.
지난 9일 세계야구클래식 1라운드(1승2패)를 마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김광현과 류현진을 이을 새 얼굴이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며 “강력한 투수가 있어야 국제 대회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 자원 육성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장원준과 우규민, 양현종을 차례로 선발로 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불펜에서는 오승환 외에는 내세울 투수가 없었다.
세계야구클래식의 실패를 통해 각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아마추어 투수들의 투구수 제한과 신인들의 프로 데뷔를 전후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른 나이에 수술대에 오르는 투수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을 위한 육성 시스템을 개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구단 스카우트들은 현재 고등학교 2, 3학년들 중에는 시속 150㎞ 이상의 공을 던지는 선수들이 꽤 있다고 말한다.
케이비오리그의 극심한 ‘타고투저’의 원인 중 하나였던 넓은 스트라이크존도 올 시즌부터는 본격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 한국팀 타자들 중 지난해 3할 타율을 넘지 못한 선수는 2명뿐이었지만 한국이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전에서 보여준 결과는 19이닝 1득점에 불과했다. 국내 리그 3할 타율이 거품이라는 비난까지 이어졌다.
이번 대회를 관전한 김풍기 신임 심판위원장은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을 넓히겠다. 세계야구클래식과 비슷하게 갈 것”이라고 밝혔다. 투수들의 숨통을 틔워주면서 투수들이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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