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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밟는 퍼포먼스 속 시원했어… 에이~ 그걸론 부족하지

등록 2017-04-05 22:10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우승 ‘숨은 주역’ 김단비-최은실 가상 대담
여자프로농구 5시즌 연속 통합우승의 숨은 주역인 아산 우리은행 최은실(왼쪽)과 김단비 선수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펄쩍 뛰어올라 손가락으로 서로를 가리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여자프로농구 5시즌 연속 통합우승의 숨은 주역인 아산 우리은행 최은실(왼쪽)과 김단비 선수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펄쩍 뛰어올라 손가락으로 서로를 가리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단비(24)와 최은실(22)은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통합 5연패의 숨은 주역이다.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교체 투입될 때마다 ‘식스맨’에게 요구되는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183㎝ 장신 포워드 최은실은 내외곽을 넘나들며 챔피언결정전 3경기 평균 6.7튄공잡기, 4.3득점을 올렸다. 김단비는 챔피언전 상대 에이스 김한별(용인 삼성생명)을 밀착 수비로 묶어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을 미소짓게 했다. 둘을 챔피언 등극 직후인 지난달 23일 만났다. 두 선수의 인터뷰를 토대로 가상 대담을 꾸며봤다.

최은실 친언니에게도 터놓지 못한 속마음을 단비 언니에게는 많이 꺼내놓았던 것 같아. 힘들 때 가장 많이 찾아갔던 곳도 언니 방이었어. 우리 둘이 감독님께 제일 많이 혼나니까 긴밀히 풀어야 할 일들도 많았지.(웃음) 우승이 확정되고 감독님 밟는 퍼포먼스 땐 정말 속이 시원했어.

김단비 그것만으론 부족해.(웃음) 농구 하면서 올 시즌이 가장 힘들었거든.

최은실 나도 마찬가지야. 2014년 5월에 농구를 그만두고 고향 청주로 내려가서 피자가게 아르바이트하다가 이번 시즌 다시 돌아왔어. 따가운 시선들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지.

김단비 네가 팀을 떠나 있는 동안 네가 얼마나 힘들지 자주 상상해보곤 했어. 우린 청주에서 학창 시절을 같이 보냈으니 고향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잖아. 너처럼 내성적인 사람이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어.

최은실 청주가 참 좁아. 난 키가 커서 거리를 걷기만 해도 내가 누군지 다 알잖아. 소문도 금방 돌고. 그래서 서빙은 죽어도 못 하겠더라. 대신 주방에서 피자 만드는 일을 했어. 투명 유리로 손님들이 내가 서툴게 피자 만드는 걸 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김단비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네가 다시 팀으로 돌아오니 그보다 기쁜 일이 없었어. 더군다나 넌 이번 시즌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성공적인 시간을 보냈잖아. 상을 2개(식스우먼상·기량발전상)나 받았고.

최은실 내게 가장 잘 맞는 옷은 농구 유니폼이었다는 걸 바보같이 이제야 깨달은 거지. 20살 땐 너무 성급하게 판단했던 것 같아. 당시엔 농구만 아니면 다 좋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젠 농구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김단비 그러고 보면 넌 정말 독한 사람이야. 첫인상부터 그랬지.

최은실 내 첫인상이 기억나? 10년도 더 됐잖아.

김단비 선명하게 기억나. 청주 강서초등학교 뒷산 등산 훈련 때 널 처음 봤지. 난 당시 6학년이었고 넌 3학년이었어. 얼굴이 동그랗고 통통해서 ‘엽기토끼’ 같다고 생각했었어.(웃음) 그런데 네가 언니들을 제치고 1등으로 산을 오르는 거야. 감탄했었지.

최은실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생각난다. 언니는 얼굴이 통통하고 몸이 호리호리했었어. 정말 독하게 훈련하기로도 유명했었고.

김단비 나도 너처럼 농구만 보고 살았지. 그런데 전주원 코치님 말대로 난 훈련량에 비해 코트에서 실력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았어. 그래도 올 시즌엔 출전 기회를 많이 받아서 다행이야. 챔피언전 출전도 했고.

최은실 나도 팀에 돌아와서 챔피언전 우승에 보탬이 됐다는 게 그렇게 기쁘더라. 이번 우승은 마지막 3차전을 연장전 끝에 이뤄내는 바람에 감동도 두 배였어.

김단비 난 전 코치님이 챔피언전 직전 비디오 미팅 때 ‘내가 운동선수라면 이렇게 큰 경기 앞두고 뛰고 싶어서 마음이 두근거릴 것 같다’고 말할 때 한방 맞은 느낌이었어. 그때부턴 긴장하기보단 설레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아.

최은실 우승하기까지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그만한 보상이 돌아오니 그것에 중독돼 또 농구를 하게 되는 것 같아.

김단비 나도 그래. 가장 가슴 뛰는 일은 농구라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

최은실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 팬들이 ‘코트에서 궂은일 도맡아 하던 성실한 선수’라고만 기억해준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아.

김단비 난 ‘적극적이고 투지 넘치던 선수’로.

최은실 내 농구 인생을 돌아보면 언니의 자리가 굉장히 크게 느껴져.

김단비 넌 고마운 자극제야. 나와 포지션은 겹치지만 너로 인해 내가 더 자극받고 발전할 수 있었으니까. 앞으로도 힘든 일 있으면 내 방에 언제든 찾아와. 감독님 흉도 좀 봐야 우리가 겨우 버틸 수 있지 않겠어?(웃음)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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