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흥국생명 여자배구팀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잡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다음 시즌에는 끝까지 잘하고 싶습니다.”
박미희(53)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감독은 취임 3년차인 2016~2017 시즌 프로배구 정규리그에서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6위였던 팀을 이어받아 첫해인 2014~2015 시즌 4위를 기록했고, 이듬해 3위를 거쳐 이번 시즌에는 최종 2위를 달성했다. 팀을 9년 만의 정규리그 1위로 이끈 박미희 감독을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미희 감독은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듯했다. 박 감독은 “정규리그 30경기를 치러 우승했지만 챔피언결정전 4경기가 워낙 관심이 크다 보니 아쉬움이 좀더 많이 남는다”며 “아쉬웠던 장면 장면들이 떠오르지만, 선수들이 무게감 있는 경기를 치르며 경험을 쌓았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20승10패(승점 59)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에 1승3패로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승했다면 여성 감독으로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가 될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이 아쉬울수록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6위에서 4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올라갈수록 더 힘들어진다”며 “우리에게 남은 것은 우승밖에 없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 계단씩 올라왔듯이 내년에도 한 계단 더 올라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선수들을 좀더 압박할 생각이다. “선수들도 성장했으니 올해는 좀더 밀어붙여도 괜찮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학생에게 대학 공부를 시킬 수 없듯이 그동안 과부하를 걱정했다면 이제는 좀더 강하게 해도 선수들이 넘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는 설명이다. “통합우승할 자신이 있다, 없다고 말하기보다는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을 해보려 한다”고 했다.
박미희 감독은 배구계에서 첫 여성 해설위원으로 활동했고, 본격적인 여성 감독 시대도 열었다.
박 감독은 “크게 어려움이 없었지만, 앞서가는 사람이 없으니 돌아가지 않아도 될 것을 돌아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회고하고 “전례가 없으니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고 한다”고 말했다. 여성 감독이라는 사실 자체를 무시할 수도 없고, 여성 감독으로 주목받는 것이 나쁘지도 않다고 했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이 취임하면서 더이상 혼자가 아니지만 오히려 부담은 늘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서의 짐은 이도희 감독에게 가져가라고 했다. 그렇지만 동성의 감독이 생기면서 또다른 흥밋거리가 생기고, 주목받게 된 사람으로 또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 감독으로서의 성적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이도희 감독과의 맞대결과 비교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도희 감독이 스피드 배구를 밝혔다면 박미희 감독은 정확한 배구를 지론으로 삼고 있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실수를 줄여가는 것이 중요하며, 수비와 연결이 정확해야 스피드 배구든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구는 공중에서 공을 순간적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하기 이전에 몸이 기억해야 한다고 한다.
우승을 위해서는 선수들의 뚜렷한 목표 의식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로정신이 투철한 외국과는 달리 우리는 개인 기량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프로스포츠이면서도 한국적 정서가 섞여 있어 팀워크를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다른 감독들 역시 전략·전술을 짜는 것보다 선수들 관리가 가장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미희 감독은 존경받을 수 있는 지도자를 꿈꾼다. “성공한 지도자에서 성적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또 자기만족도 필요하겠지만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잘해준다기보다는 지도 방침이나 생각, 삶의 태도 등에서 선수들이 닮고 싶어할 때 성공한 지도자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짧은 여행을 다녀온 박미희 감독은 한달 앞으로 다가온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시작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박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모두가 외국인 선수의 영향력을 줄여가고 싶어하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미희 감독은 다음달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트라이아웃을 지켜본 뒤 외국인 선수를 확정할 예정이다. 미국에 국한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부터 쿠바·러시아 선수들도 참가가 가능해졌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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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흥국생명 여자배구팀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잡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