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30일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17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미국의 강호 샘 퀘리를 3-1로 물리친 뒤 감격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한국 남자테니스의 ‘희망’ 정현(21·세계 67위·한국체대)이 세계 28위를 잡는 파란을 일으키며 또다시 그랜드슬램대회 2회전 진출에 성공했다. 30일(현지시각)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17 프랑스오픈(총상금 3600만유로=452억원) 남자단식 1회전에서다.
정현은 이날 자신보다 순위가 39위나 높은 샘 퀘리(30·미국)를 2시간15분 만에 3-1(6:4/3:6/6:3/6:3)로 물리치고 64강에 안착했다.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시즌 두번째 그랜드슬램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2015년엔 예선 1회전, 지난해는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한 바 있는데, 세번째 도전 만에 본선 첫 승리의 감격을 맛봤다. 그가 그랜드슬램대회 단식 2회전에 오른 것은, 2015년 유에스(US)오픈, 올해 호주오픈에 이어 통산 세번째다.
정현은 경기 뒤 “리턴이 좋았다. 지금까지 리턴 연습을 많이 했다. 샘 퀘리는 서브가 좋고, 첫 서브도 많이 들어온다. 리턴으로 인해 기회를 보고, 브레이크를 한 게 오늘 승리의 요인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코트에 들어선 순간,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 매 순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최근 모든 경기를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정현이 30일 샘 퀘리를 맞아 강력한 포핸드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정현이 이날 물리친 퀘리는 2011년 세계 17위까지 올랐던 베테랑.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정규대회 남자단식에서 9번이나 우승했다. 198㎝ 장신에서 뿜어내는 강서브가 주특기다. 퀘리는 이날도 서브 에이스를 19개나 기록했으나 정현의 끈질김을 당해내지 못했다. 정현은 이날 서브 에이스 6개를 기록했다. 범실이 23 대 54로 30개 이상 적었던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정현의 2회전 상대는 세계 80위 데니스 이스토민(31·우즈베키스탄). 그는 올해 호주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세계 2위 노박 조코비치(30·세르비아)와 4시간48분 동안의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주인공. 올해 김천에서 열린 2017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그룹 1회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에이스로 한국를 격파하는 데 견인차 노릇을 했다.
정현이 이스토민을 잡으면 개인적으로는 그랜드슬램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3회전에 진출하게 된다. 정현은 지난달 말 바르셀로나오픈에서 이스토민을 2-0(6:4/6:4)으로 제압한 바 있다. 이스토민을 물리치면 3회전에서는 세계 9위 니시코리 게이(일본)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 정현은 이스토민과의 격돌과 관련해 “최근 경기를 해봐서 서로 플레이를 잘 알고 있다. 이스토민은 서브와 스트로크가 좋은 선수라 더 준비를 잘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한국 동포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정현을 응원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