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이 4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2017 추석장사 씨름대회 한라급에서 우승한 뒤 황소 모형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통합씨름협회 제공
최성환(25·영암군민속씨름단)은 중학교 시절 두차례나 지능지수(IQ) 151을 찍은 ‘멘사’ 회원(IQ 148 이상)이다. 그는 두뇌 플레이가 뛰어나 상대의 기술을 역이용하거나 빈틈을 잡아내는 것이 탁월하다. 부산 동아대 재학 중이던 2013년 추석 대회 때는 씨름판을 평정하며 이만기 이후 30년 만에 ‘대학생 한라장사’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무릎 수술과 척추 측만증 등으로 시련을 겪다가 올해 부활을 알렸다. 소속팀을 의성군청에서 올해 창단한 영암군민속씨름단으로 옮긴 뒤 강도높은 겨울훈련을 소화해 자신감을 충전한 덕분이다. 영암군민속씨름단 사령탑은 현역 시절 이주용과 치열한 라이벌이었던 ’폭격기’ 김기태 감독. 그는 현역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해 추석장사 대회 결승에서 바로 이주용에게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성환은 4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17 추석장사 씨름대회 한라급(108㎏ 이하) 장사 결정전(5전 3승제)에서 이 체급 최강자 이주용(34·수원시청)을 접전 끝에 3-2로 물리치고 스승의 패배를 1년 만에 설욕했다. 또 올 시즌에만 설날 대회, 단오 대회에 이어 3관왕을 달성하며 한라급의 새로운 강자임을 알렸다.
최성환은 자신보다 9살이나 많은 ‘오금당기기의 달인’ 이주용을 맞아 첫판을 들배지기, 둘째 판을 밀어치기로 잇따라 따내 2-0으로 앞서갔다. 세째 판 역시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지만 이주용의 역습에 당했다. 네째 판에서는 이주용의 밀어치기로 2-2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마지막 다섯째 판에서 경기 종료 11초를 남기고 상대 힘이 빠진 틈을 타 잡채기 기술을 걸었고, 이주용의 중심이 무너지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주용은 금강장사 8번, 통합장사 1번, 한라장사 8번 등 통산 17번이나 꽃가마를 탄 현역 최다 우승자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추석 장사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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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오른쪽)이 4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2017 추석장사 씨름대회 한라급 결승에서 이주용(수원시청)을 넘어뜨리고 있다. 통합씨름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