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하프파이프 국가대표 1호인 김광진의 경기 모습. 스포티즌 제공
2018 평창겨울올림픽 때 금메달 10개(5종목 남녀 각 1개씩)가 걸린 프리스타일 스키는 한국으로서는 아직 불모지다. 이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은 개척자들이나 다름없다. 5개 종목(에어리얼스키, 모굴스키, 스키크로스, 스키슬로프스타일 등) 가운데 스키 하프파이프(halfpipe)에서는 남녀 국가대표 1호 김광진(22·단국대3)과 장유진(16·수리고1)이 40여일 앞둔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현재 실력으로는 메달권에 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014 소치겨울올림픽 때 고교생으로 첫 도전장을 냈던 김광진은 최근 월드컵에서 톱10 안에 진입하며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워낙 강자들이 많아 메달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지만 홈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광진은 지난 22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시크릿가든에서 열린 2017~2018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스키 월드컵 하프파이프 남자부 최종결선에서 100점 만점에 70.40점을 기록해 7위에 당당히 입상했다. 1위(90.00점) 토마 크리프(24·프랑스)와는 점수 차가 컸지만, 월드컵 개인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20일 예선에서는 71.60점으로 6위를 차지하며 10명이 겨루는 최종결선에 진출해 눈부신 성과를 올린 것이다.
스키 하프파이프 경기장 모습. 국제스키연맹(FIS) 누리집
스키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모양)를 내려오면서 점프와 회전 등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5명의 심판이 기본동작, 회전, 테크닉, 난이도에 따라 100점 만점으로 채점해 평균을 낸 뒤 순위를 결정한다. 결승 라운드에서 선수당 2번의 런(Run) 중 높은 점수를 통해 순위가 정해진다. 소치 겨울올림픽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가 적어 세계 상위권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광진은 소치올림픽 때는 한국 선수로는 이 종목에 처음 출전해 남자 예선에서 28명 중 25위를 기록했다. 10명이 겨루는 결선에는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2015 스페인 그라나다 겨울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초등학교 4년 때 모굴스키로 엘리트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중1 때 스키 하프파이프로 전향했다.
김광진은 아직 어린데다 경험이 적어 들쭉날쭉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마운틴 리조트에서 열린 월드컵 결선에서는 53.40점의 저조한 성적으로 23위로 밀리기도 했다. 1위(92.80점) 데이비드 와이즈(27·미국)와는 점수 차이가 너무 컸다. 앞서 지난 2월16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16~2017 국제스키연맹 프리스타일스키 하프파이프 남자 예선에서 착지 실수로 머리 쪽부터 바닥에 충돌하는 아찔한 경험을 겪기도 했다.
여고생 장유진은 김광진보다는 월드컵 성적이 부진하지만 여자부 선두주자로 홀로 분투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중국 시크릿가든에서 열린 월드컵 스키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16.80점으로 전체 15명 중 꼴찌를 기록했다. 그러난 8월 호주·뉴질랜드컵 결선에서는 64.74점으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한스키연맹 관계자는 “김광진과 장유진은 평창에서 메달 전망은 밝지 않지만 최종결선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4년 뒤 베이징이 그들의 기량이 꽃피우는 겨울올림픽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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