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가 선수를 ‘몸값’으로 평가하는 냉혹한 바닥이라고 해도, 때론 돈을 넘는 아름다운 만남과 이별이 존재하는 곳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의 수비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4)는 25일(한국시각) 정든 소속팀과의 고별식에서 “바르셀로나는 상상했던 것을 뛰어넘을 만큼 멋진 클럽으로 팀의 일원으로 경기에 뛸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며 “이곳에서 뛰겠다는 꿈을 이뤘고, 이제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 때”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주장 출신의 마스체라노는 2010년 잉글랜드 리버풀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이자 중앙수비수로 지난 7년여 동안 페프 과르디올라(현 맨체스터 시티) 감독을 비롯해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루이스 수아레스 등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바르셀로나의 18차례 우승을 함께했다. 최근 잦은 부상 등으로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중국 허베이 화샤싱푸팀으로 이적하는 데 동의했다. 그의 등번호 ‘14번’은 바르셀로나의 미래를 이끌기 위해 새로 영입된 필리피 쿠치뉴(26)에게 넘겨줬다.
그는 “환상적인 선수들과 바르셀로나 라커룸에서 함께하며 보낸 시간이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길어졌다”며 “기량이 조금씩 하락하는 것을 느꼈고, 내가 떠날 시간을 정하는 것이 바르셀로나에서 축구 생활을 가장 자랑스럽게 마무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이날 고별식에는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바르셀로나 회장과 메시, 카를레스 푸욜 등 전·현직 동료 선수들이 참석했다. 바르토메우 회장은 “바르셀로나는 마스체라노의 클럽이기도 하며 앞으로도 당신의 고향이 될 것”이라며 “마스체라노가 언젠가 코치로 다시 팀에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스체라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팀의 제안에 감사드린다. 지금은 아니지만 (코치로) 팀에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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