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머리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총감독이 28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선수들에게 전술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35명의 연령 구성은 17살부터 30살까지 다양하다. 남한팀에서는 1988년생 귀화 공격수 희수 그리핀이 맏언니이고, 고교생 3인방인 김희원 엄수연 이은지는 17살로 막내다. 북한 선수 12명 가운데는 공격수 진옥(1990년생)이 가장 나이가 많고, 김향미 등 4명이 1995년생으로 어린 축에 든다. 세라 머리(30) 총감독을 포함해 2030이 단일팀의 주력이다.
25일 첫 만남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급격히 친해지고 있다. 아직도 이름 부르기가 어려워 존댓말을 하지만 링크 위에서는 몸짓만 봐도 통한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남북 선수들의 하키용어 이해를 돕기 위해 68개 항목을 영어와 우리말로 적은 용어집도 배포했다. 퍽, 스케이트, 조, 아이싱, 연장전 등은 남북 공통이다. 패스(연결), 리바운드(돌입쳐넣기), 슬랩샷(먼거리쳐넣기) 등 다른 용어가 대부분이지만 얼음판 위에 들어가면 재깍재깍 이해하고 소통한다. 북한 선수들의 가세로 머리 총감독은 훈련 효과를 높이고 있다. 남북의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기의 기량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뛴다.
취업난 등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젊은 세대 일부에서는 단일팀 구성이 남한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빼앗는 것으로 불평등이고 불공정이라고 봤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평화 무드나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등의 더 큰 사회적 가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2030에게는 당장의 팍팍한 삶의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온 것처럼 보인다.
머리 총감독은 올림픽까지 보름 동안 자신의 지도역량을 모두 발휘해 아이스하키 2030 세대를 다독이고 독려해 경기에 집중하도록 조련하고 있다. 단일팀을 어려운 조건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주체로 만들고 있다. 규정된 틀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는 모습을 아이스하키 2030의 분투에서 엿본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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