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컬링 믹스더블 이기정(앞쪽), 장혜지가 7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막바지 연습을 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왜 이렇게 많이 나가지?”
7일 컬링 믹스더블(남녀 2인조) 국가대표 이기정(23)은 자신의 스톤이 동그라미 모양의 표적 ‘하우스’를 지나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제 올림픽 경기가 치러지는 강릉컬링센터 첫 훈련에서 ‘아이스’(경기장 바닥)가 예상보다 무거운 느낌을 준데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경기용 새 스톤이 아직 낯선 탓이다. 반면 짝꿍 장혜지(21)가 정교한 힘 조절로 하우스 정중앙인 ‘티’(또는 버튼)에 스톤을 안착시키자 이기정은 “굿 샷”(잘 던졌다)을 외치며 주먹을 마주쳤다.
컬링 믹스더블의 이기정-장혜지 짝이 8일 오전 9시5분 핀란드를 상대로 평창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대회 첫 공식경기에 나선다. 평창올림픽 공식 기간은 17일간(2월9~25일)이지만, 출전 국가끼리 모두 한번씩 맞붙는 방식(라운드 로빈)으로 경기 수가 많은 컬링은 하루 먼저 경기를 시작한다. 첫날 오전 한국-핀란드전을 비롯해 네 경기가 열리는데, 경기를 빠르게 마무리하는 팀은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경기 첫 승리의 주인공이 된다. 아울러 믹스더블이 평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이 종목의 역대 올림픽 첫 승리팀으로도 기록된다. 같은 날 저녁 한국은 중국과 예선 2차전을 벌인다.
이기정은 공식경기를 하루 앞둔 이날 훈련 뒤 “경북 의성컬링센터에서 훈련할 때, 핀란드 팀이 우리 훈련 영상을 찍어 가더라. 그만큼 우리한테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라며 “첫 상대가 노련하지만 젊음과 패기를 앞세운 우리가 나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장혜지 역시 “첫 올림픽에 대한 설렘이 있다. 충분히 준비를 했고 그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첫 상대는 핀란드의 토미 란타메키(50)와 오나 카우스테(31) 짝이다. 란타메키는 28년간 핀란드 국가대표를 지냈고, 최근까지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뒤 다시 현역으로 복귀한 백전노장이다. 이날 훈련에서도 란타메키는 손목을 90도 이상 꺾어 스톤에 회전을 주는 방법으로 앞서 배치된 스톤을 피해 하우스를 공략하는 원숙한 기량을 뽐냈다.
아이스와 경기용 새 스톤에 대한 적응이 첫 승패를 가르는 변수로 꼽힌다. 한국은 지난해 4월 완공된 강릉컬링센터에서 ‘안방 이점’을 기대했지만, 부실 공사와 시설점검 등으로 지난해 말 일주일가량을 빼고 이곳에서 한번도 훈련을 하지 못했다. 이기정은 “올림픽을 치르는 곳이어서 세계 수준의 아이스를 기대했는데, 속도가 잘 나지 않고 스톤의 회전도 느리다”면서도 “대회 초반은 쉬운 샷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하려 한다. 적응도 실력이다”라고 말했다. 대회용 스톤이 새로 제작된 만큼 훈련용 장비와 미세한 차이도 극복해야 한다. 장혜지는 “스톤의 미세한 차이를 빨리 파악하는 게 승패를 가를 요인의 하나”라고 내다봤다.
강릉/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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