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혜가 7일 경기도 고양시 농협대학교에서 열린 2018 NH농협은행 국제여자챌린저테니스대회 예선 2라운드에서 강한 포핸드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스포츠단 제공
“참 시원 시원하게 공을 치네요. 국내 보기 드물게 파워 테니스를 치는 선수네요.”
제11회 엔에이치(NH)농협은행 국제여자챌린저테니스대회가 열리고 있는 7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리 농협대학교 코트. 한국 여자테니스 유망주 이은혜(18·중앙여고3)가 예선 2회전에서 타이의 니차 럴핏탁신차이를 맞아 강력한 포핸드스트로크와 양손 백스트로크를 구사하며 경기를 리드하자, 주위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고3인 이은혜는 국내 주니어 무대 여자부 랭킹 1~2위를 달리던 기대주. 그러나 장차 여자프로테니스(WTA) 정규투어 무대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제테니스연맹(ITF) 서킷대회와 챌린저대회를 뛰면서 꾸준히 랭킹포인트를 쌓고 있다. 이번 농협은행 챌린저대회도 그런 차원에서 출전했고, 예선 1회전에서 실업선배 김다혜(강원도청)를 2-0(6:4/6:3)으로 누른 데 이어 이날 2회전에서는 럴핏탁신차이를 불과 1시간도 안돼 2-0(6:3/6:2)로 물리치고 3회전에 올랐다. 3회전을 통과해야 본선에 오르는데 실업강호 이소라(인천시청)를 잡아야 한다.
경기 뒤 이은혜는 “공이 좋아서 생각보다 일찍 경기가 끝났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이번 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한 단계 한 단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은혜는 아직 세계랭킹이 1069위에 불과하다. 그가 이날 누른 상대도 세계 558위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농협은행이 그의 투어 활동 지원을 위해 연간 3000만원을 지원하면서 활발히 투어에 나서고 있다. 그는 또 내년 농협은행 여자테니스단 입단이 확정됐다. 올해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서킷대회 단식 8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1m71, 78㎏의 단단한 몸집에서 나오는 파워스트로크가 주특기다. 그는 자신의 장점은 “파워”라면서 “포핸드 돌아치기(역크로스), 백핸드 앵글샷이 장점인데, 네트플레이가 부족하다”고 했다.
김동현 농협은행 감독은 이은혜에 대해 “힘이 있는 하드히터이다. 움직임이 다소 느린 점을 보완하고 경기 운영능력만 좀 키우면 국제무대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용국 농협은행 스포츠단장은 “그동안 힘으로만 쳤는데 이제 게임을 할 줄 아는 것 같다. 이번 대회 일을 낼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 팀에 입단하면 챌린저 대회 등 국제대회에 적극 출전시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키울 예정”이라고 했다.
아직 만 20살도 안 된 이은혜는 “내년 일단 세계 600위권에 드는 게 목표”라면서 “장차 그랜드슬램대회 특히 윔블던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그랜드슬램 우승 시기에 대해 “25살이나 26살 때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은혜는 운동선수 출신인 부모의 디엔에이(DNA)를 받아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테니스 선수로는 좋은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버지 이세연(37)씨와 어머니 임수미(41)씨는 카누 선수 출신이다. 고양/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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