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원주 디비(DB) 감독이 2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경기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KBL 제공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감독의 질문에 선수들은 “뛰고 싶다”는 간절함을 표출했다. 감독은 “준비해, 네가 뛸 시간은 6~7분이야. 빼지 않으니까 마음껏 해봐”라고 했고, 하루 전 통보를 받은 후보 선수는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고참 선수들한테는 후배들을 키우는 ‘역할’을 맡기면서 자존심을 세워줬다. 지난 시즌 최약체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상범 원주 디비(DB)의 감독의 리더십 비결이다.
디비의 이번 시즌 초반 성적은 1승4패 최하위(10위)로 부진하다. 21일 현대모비스전(87-89)에선 2점 차로 졌고, 19일 인삼공사전(96-103)과 13일 에스케이(SK)전(80-83)에서도 3~7점 차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 감독은 특유의 넉넉한 웃음으로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며 기를 북돋웠다.
디비는 화려한 팀이 아니다. 스타급 선수는 윤호영 한 명이다. 국내 선수 연봉총액 상한선인 샐러리캡 24억원 가운데 의무 소진율 70%를 살짝 넘긴 16억8300만원을 지출했다. 대부분의 구단이 22억~24억원을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 외국인 선수 저스틴 틸먼과 마커스 포스터도 미국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신출내기로 몸값이 많지 않다. 하지만 전원이 뛰는 벌떼농구로 체력 부담을 나누고, 끈끈한 팀워크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디비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두경민과 서민수 등의 상무 입대와 김주성의 은퇴로 전력 공백이 생겼다. 그렇다고 고액 연봉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모처럼 친정팀으로 돌아온 이광재가 새로운 얼굴일 정도다. 내년 1월 상무에서 허웅과 김창모가 돌아오면 전력은 좀 더 보강된다.
이상범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고 내용도 좋아지고 있어 만족한다. 유망주들의 성장은 팀에 도움이 된다”며 디비 나름의 팀 색깔에 대한 자존감을 드러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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