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다연이 25일 장호배 여자단식 2연패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세계랭킹 1위) 시모나 할레프를 닮고 싶어요. 테니스 열정도 좋고 저와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해서요.”
한국 테니스 유망주의 산실 ‘장호배 전국 주니어테니스’ 제62회째 남녀단식 결승전이 열린 25일 서울 장충동 장충장호테니스장. 여자단식 2연패에 성공한 백다연(16·서울 중앙여고1)은 모처럼 받아보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수줍은 듯 말을 머뭇거리면서도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백다연은 이날 1년 후배로 절친한 사이인 구연우(15·중앙여중3)를 상대로 안정되고 견고한 스트로크 플레이를 선보이며 2-0(6:3/6:4)으로 이기고 우승했다.
둘은, 테니스 전념을 위해 올해 중앙여고 1년 때 자퇴한 박소현(16)과 함께 장차 한국 여자 테니스를 이끌 기대주 3인방으로 꼽힌다. 지난해 장호배에서도 구연우를 2-0(6:3/6:3)으로 누르고 우승한 백다연은 16강전부터 열린 이번 대회에서도 승승장구하며 2연패에 성공했다.
백다연의 견고한 포핸드스트로크.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장호배는 고 장호 홍종문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이 사재(46억5000만원)를 털어 1957년 시작된 대회로 장호테니스재단(이사장 김두환)이 운영하고 있다. 주니어들한테 해외 투어 출전 경비(우승 3000달러, 준우승 1500달러)를 지원한다.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유에스(US)오픈 16강(여자단식)에 진출했던 이덕희(1971년 여자단식 우승)와 남자 테니스 세계 36위까지 올랐던 이형택(1993년·남자단식 준우승), 정현(2014년 남자단식 우승) 등이 이 대회가 낳은 스타들이다.
1m66, 57㎏인 백다연은 이날 “장호배 4연패가 목표”라고 당차게 밝히면서 “앞으로 세계 100위 안에 진입하겠다”고도 했다. 중앙여중 3년 때까지는 수비형 플레이를 펼쳤으나 올해부터는 중앙여고 김종명·최준철 코치의 지도 아래 공격형으로 변신중이다. 기대주이지만 후원사조차 없어 개인레슨도 따로 받지 않고 학교에서만 4시간씩 훈련을 하고 있다.
백다연이 장호배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김근준이 장호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이날 남자단식 결승전에서는 김근준(17·양구고2)이 박민종(17·안동고2)한테 2-1(1:6/5:7/6:4)로 역전승을 거두고 역시 2연패를 달성했다. 1m76, 70㎏인 김근준은 “내년 호주오픈 주니어 남자단식 본선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며 “이후 성인무대인 퓨처스 투어에서 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근준은 “앞으로 약점인 체력과 서비스를 보완해 정현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