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이 13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엘지와 경기에서 지휘하고 있다. KBL 제공
“가치의 재발견이죠. 그들한테는 기회이고요.”
김승기 프로농구 케이지시(KGC)인삼공사 감독은 지난 두 시즌 ‘형님 리더십’에서 벗어나 ‘독한 사령탑’으로 바뀌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인삼공사의 선수 구성 변화다. 2년 전 통합우승의 주력 가운데 이정현(KCC)과 데이비드 사이먼 등이 빠져나갔고, 문성곤과 이재도, 전성현 등은 상무에 있다.
새롭게 팀을 재건해야 하는 김 감독은 잠재력은 있지만 꽃피지 못한 중고 선수들에 주목했다. 엘지에서 영입한 슈터 배병준(28)은 대표적이다. 엘지에서 벤치신세를 면치 못하던 그는 이번 시즌 인삼공사에서 만개했다. 14일 현재 3점슛 성공 국내 선수 1위(경기당 2.3개)에 평균 8점을 해결해 주고 있다. 2012년 엘지 입단 뒤 3시즌 동안 경기당 1.8득점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김승기 감독은 “흙 속에 가려져 있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런 유형이다”고 말했다.
먼지를 털어내 진주로 다듬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김승기 감독은 “스텝 나가는 방법이나 방향까지 디테일하게 지적한다”고 했다. 선수들이 힘겨워 할 것 같으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이 정도에서 만족한다면 내가 더 이상 싫은 소리 안 하겠다. 하지만 더 큰 목표가 있다면 참아야 한다.” 감독의 카리스마 탓인지 현역 복무 2년의 공백도 배병준에게 보이지 않는다. 케이티(kt)에서 영입한 김승원도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고, 1~2년 전 이적해온 이민재, 한희원도 뿌리를 내렸다. 강병현을 내주고 엘지에서 데려온 기승호도 ‘기’가 살았다.
인삼공사는 오세근, 양희종 등 고액 연봉자를 제외하면 선수 몸값이 높은 팀이 아니다. 대신 6~7년 된 중고 선수들을 신형으로 개조하거나 키워내면서 팀 전력을 높이고 있다. 시즌 전 예상과 달리 인삼공사가 상위권에 자리를 잡은 이유다.
김승기 감독은 “선수들이 실수를 줄이고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연습 과정부터 강하게 몰아붙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깨달으면서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의 의미도 있다”고 했다. 식스맨의 힘을 믿는 김승기 감독다운 얘기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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