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유망주→운동포기→드래프트 1R 지명
코트에 돌아온 ‘자유인’?
2일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8순위로 오리온스에 지명된 정상헌(23·1m91). 그는 일반인 자격으로는 드래프트 사상 처음 1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았다.
“이름이 불릴 때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가슴이 꽉 차서 밥이 안 넘어갔죠.” 고려대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정상헌은 지금 엔비디엘(NBDL)에서 뛰고 있는 동기생 방성윤과 함께 최고를 다퉜다. 큰 키에 뛰어난 패스와 정확한 슛. 농구인들은 이상민을 능가할 대형 가드가 나타났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2번의 숙소 이탈 끝에 지난해 1월 선수의 길을 포기했다. “초·중·고와 똑같은 대학농구부 생활에 갑자기 견딜 수 없는 지겨움을 느꼈어요. 노는 데 맛이 들기도 했고요.”
그 뒤 그는 ‘잠’만 잤다. 80㎏중반이던 몸무게는 한 때 108㎏까지 불었다. 그러기를 1년.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노는 것도 지겹더라고요. 마지막 기회란 심정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했어요.”
이제 다시 그는 기회를 잡았다. 그를 ‘구원’한 사람은 김진 오리온스 감독. 김 감독은 “최소 15~20㎏는 빼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마음을 먹어야만 할 것”이라며 첫 대면부터 길들이기에 나섰다. 그러나 정상헌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서 “코트에서 죽더라도 변했다는 걸 보여 줄 것”이라고 이를 악문다.
아직 ‘야생마’ 티가 남아있는 그가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는 다음 시즌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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