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싸움이지만, 일 한번 내고 싶다.”
26일 레바논에서 돌아온 김상식(51)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은 장시간 귀국 여독에도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은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마지막 두 경기 승리가 워낙 짜릿했다.
김 감독은 “원정 2연전에서 하고 싶은 것은 다 했다”고 말했다. 양홍석(kt)과 안영준(SK), 정효근(전자랜드) 등 2m 안팎의 포워드 진용을 앞세운 농구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상대적으로 작은 가드 1명에 나머지는 장신 라인업으로 배치했다. 레바논전 역전승에서 5명이 모두 움직이는 공격 플레이가 먹혔다”고 했다. 한국에 늘 까다로운 상대였던 레바논은 김상식 감독의 용병술 앞에 무너졌다. 김 감독은 “국제무대에서는 수비나 리바운드만으로 이길 수 없다. 득점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원정 2연승의 의미를 평가했다.
8월31일 중국에서 개막하는 월드컵 본선은 32개국이 참가한다. 피바 랭킹 32위인 한국에는 버거운 상대들이다. 한국은 1994년 캐나다 세계선수권 13위를 차지한 이후 본선에서 이긴 적이 없다.(10전 전패) 김상식 감독은 “월드컵에서 1승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부딪혀봐야 한다. 선수들을 잘 다독이고 열심히 훈련해 일 한번 내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이 월드컵 1승을 기록하면 25년 만의 승리다.
대표팀은 프로선수들이 리그를 끝낸 한달 뒤인 5월말이나 6월초에 소집된다. 김 감독의 머릿속에는 선수들의 윤곽이 잡혀 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조상현 코치와 함께 체육관을 찾아다니며 다시 선수들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월드컵 본선에서 아시아 6개 팀 중 1위를 하면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딴다.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면 이란, 중국, 필리핀, 요르단과 다퉈야 한다. 월드컵에서 올림픽 티켓을 따내지 못하면 내년 올림픽 예선전에 나간다. 하지만 유럽과 남미의 강호와 부닥쳐야 하는 부담이 있다.
김상식 감독은 “일단 월드컵에서 선수들과 똘똘 뭉쳐 열정적인 농구를 선보이고 싶다. 농구팬들이 감동할 수 있는 경기를 한다면 결과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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