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마라톤 기록 보유자인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왼쪽)가 2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타워브리지에서 영국의 모 파라와 밝게 웃고 있다. 둘은 28일 열리는 런던마라톤에 출전한다. 런던/AFP 연합뉴스
“달리는 것에 자유가 있다. 나가서 뛰어라.”
세계 마라톤 기록(2시간1분39초) 보유자 엘리우드 킵초게(34·케냐) 이야기가 주말 런던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영국 <비비시>의 26일(한국시각) 인터넷판에 실렸다. 킵초게는 이번 런던마라톤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인간 한계로 불리는 2시간대 돌파를 이룰 유일한 후보로 꼽히는 킵초게는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1분39초로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전 세계기록을 78초나 당긴 것은 최근 50년간 최대폭의 세계기록 단축이었다. ‘마의 2시간’ 벽 돌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현재 나이키의 ‘브레이킹2 프로젝트’(2시간 깨기)에 따라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 킵초게의 주 훈련장은 케냐의 고산지대다. 비비시는 “아내와 세 자녀와 떨어진 채 킵초게가 300일을 케냐 고산지대의 작은 마을 켑타가트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러 팀원을 이끄는 선배지만 화장실 청소부터 궂은일까지 자기 할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다.
2013년 5000m 장거리 전문에서 마라톤으로 전환한 켑초게는 그동안 출전한 11번의 마라톤 대회에서 10번을 우승했다. 돈도 벌 만큼 벌었다. 하지만 그가 뛰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다. 그는 “단순하게 살고 싶다. 그게 자유다”라고 말한다.
이런 자세는 30대 중반의 그가 인간 한계로 여겨지는 2시간 벽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준다. 실제 켑초게는 2017년 5월 브레이킹2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탈리아 몬자에서 실시한 마라톤에서 2시간25초를 기록했다. 인간계에서 2시간에 가장 근접하게 뛴 그의 기록은 프로젝트팀의 페이스메이커들이 들락날락하면서 도와주었기에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2시간 벽 돌파의 꿈을 이룰 수도 있다는 계기가 됐다. 과연 가능할 것인가? 킵초게는 이에 대해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다. 성공하겠다는 순수한 믿음을 갖고 있다면 그 마음이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킵초게는 “나는 마라톤 생활을 단순하게 즐긴다. 달리고, 먹고, 자고, 산책하고 그것이 인생이다. 복잡해지지 말라. 복잡해지는 순간 마음이 꼬인다”고 설명했다.
나이키의 브레이킹2 프로젝트의 수석 생리학자로 켑초게의 훈련과 전략와 관한 조언을 하는 브레트 커비는 “(2시간 벽 돌파) 가능하다. 베를린마라톤 이후 쇠퇴 기미가 없다. 킵초게는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가 이 계획을 존중하는 게 놀라울 정도다. 더욱이 그의 몸과 마음은 보통의 케냐 사람들과 다르다”고 했다. 또 “그는 인간한계는 없다고 말하는데, 달리는 2시간 이외에 나머지 22시간도 규칙적으로 생활한다”고 강조했다. 체력적, 정신적인 능력이 프로젝트에 대한 존중심과 결합해 있다는 얘기다.
영국의 여자 육상선수 폴라 래드클리프는 “누군가 그의 삶을 희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킵초게처럼 오직 하나만 신경 쓰고 달렸다.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었다”며 “만약 앞으로 2시간 안으로 뛰는 선수가 나온다면 그것은 당연히 킵초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킵초게의 나이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으로 여겨지고, 언제 급격히 쇠퇴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킵초게는 “아직도 아름다운 일들이 많이 기다린다. 내가 멋진 일을 하고 싶다”며 활기차게 대답한다.
킵초게는 주말 런던에서 열리는 런던마라톤에 출전한다. 그동안 세 차례 런던에서 우승한 그가 또 정상을 밟는다면 사상 처음 런던마라톤에서 4번 정상에 오른 선수가 된다. 지난해 베를린마라톤 코스보다 어렵기 때문에 세계기록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풀코스를 변함없는 표정으로 달리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즐겁다.
그는 “은퇴 뒤의 내 꿈은 달리는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달리면 세상이 건강하고 부유하고 평화롭고 즐거워진다. 달리기에 자유가 있다. 그것이 지구인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