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부다페스트 세계수영대회 하이다이빙 장면. 광주세계수영대회조직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시스템 비계의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 안전모 머리에 땀이 배는 순간 나타난 27m 정상의 플랫폼. 발 아래 푸른색 수조에 담긴 물을 보는 순간 움찔했다. “여기서 어떻게 뛰어내리지?”
지난 14일 광주 조선대 축구장에 건설 중인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7월12일~28일) 하이다이빙 도약대에서 바라본 세상은 이중적이었다. 나무 숲 사이로, 삼각형 모형으로 뾰죽뾰죽한 조선대 본관 건물과 아름다운 광주 시내의 조망에 가슴이 탁 트였지만, 아래를 바라본 순간 공포가 밀려왔다.
광주 조선대 축구장 위에 지어진 2019 광주세계수영대회 하이다이빙 시설을 현장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절벽 다이빙에서 유래한 하이다이빙은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수영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심장 쫄깃한 스포츠다. 아파트 11층 높이에서 3초 만에, 최고 시속 90㎞로 떨어지면서 동작의 실수가 없도록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머리가 아닌 발끝으로 입수해야 하는데, 깊이 6m, 지름 15m의 대형 수조에는 잠수요원이 대기하고 있어 기절 등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남자(27m), 여자(20m) 1세션에 2번, 2세션에 2번씩 다이빙을 한 총점으로 순위를 가린다. 각 시도 때마다 대개 7명의 심판이 점수를 주는데, 최하점 2개와 최고점 2개를 뺀 나머지 3개 점수의 합에 난도를 곱해 총점을 산출한다.
2019 광주세계수영대회 하이다이빙 도약대에서 바라본 조선대와 광주 시내 전경.
2019 광주세계수영대회 하이다이빙 도약대에서 바라본 풀. 도약대는 풀의 수면으로부터 27m 높이다.
수심 6m, 지름 15m의 풀은 엄청난 수압을 견뎌내기 위해 콘크리트보다 강한 철과 피브시로 제작됐다.
이종희 광주세계수영대회조직위원회 하이다이빙 담당관은 “워낙 담력이 필요한 종목으로 국내에는 선수가 없다. 10m 다이빙 선수들조차 전문 하이다이버로 거듭나려면 오랜 기간 조금씩 높이를 올려가면서 고공 공포를 극복해야 한다. 선수들도 워낙 위험한 경기이기 때문에 경쟁심보다는 서로 격려하고 칭찬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회사인 독일의 레이어(Layher)의 제품으로 시스템 비계를 설치했고, 수조는 이탈리아 밀사(Myrtha)의 스테인레스와 강화수지 제품으로 콘크리트보다 강하다. 국제수영연맹(FINA)의 시설 인증이 끝나면 철골의 비계에 광주세계대회 휘장 등을 감싸 산뜻하게 장식을 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 남자부에서는 세계 최강 개리 헌트(35·영국)와 미국의 스티븐 로뷰(34), 멕시코의 조나단 파레데스(30)가 각축할 것으로 보인다. 1m75, 68㎏의 헌트는 2013 바르셀로나 세계대회 은메달과 2015 카잔 세계대회 금메달을 따냈고, 2016·2017년 국제수영연맹 월드컵 2연패를 일궜다. 1m61, 63㎏의 로뷰는 2017 부다페스트 세계대회 금메달, 2017 국제수영연맹 월드컵 은메달리스트다. 파레데스는 2017 레드불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여자부에서는 호주의 리아난 이플랜드(28)와 멕시코의 아드리아나 히메네스(34)가 돋보인다.
아득한 ‘높이’와 ‘스피드’, ‘공포’와 ‘모험심’을 앞세운 하이다이빙이 한여름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태세로 다가오고 있다.
광주/글·사진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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