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임다연이 14일 여수엑스포해양공원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여자 10km 경기에서 완주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단 1분도 떠 있기 힘든 바다에서 2시간 가깝게 죽을힘을 다해 경쟁해야 하는 오픈워터. 한국의 남녀 대표팀 선수들은 사상 첫 세계대회 출전에서 호된 신고식을 했다. 하지만 모두 표정은 밝았다.
임다연(27·경남체육회)과 정하은(26·안양시청)은 14일 전남 여수엑스포해양공원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 오픈워터 여자 10㎞ 경주에서 각각 53위(2시간7분50초90), 55위(2시간9분36초80)를 차지했다. 1위 중국의 신신(1시간54분47초20)과는 13~14분 차이로 높은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신신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대회 오픈워터 정상에 올랐다.
14일 전남 여수 엑스포 해양공원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여자 10㎞ 경기에서 선수들이 치열하게 각축하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오픈워터는 ‘수영의 마라톤’이라 불린다. 이날 선수들은 육상의 마라톤처럼 2시간 가까이 치열한 수중 경쟁을 펼치면서 극한의 투혼을 보였다. 선두와 톱10의 간격은 3초90 정도의 미세한 간극으로 출발부터 맹렬한 각축이 끝까지 이어졌다.
이번 세계대회를 앞두고 사상 처음 대표팀을 구성한 한국이 서투른 것은 당연하다. 경영 단거리가 주종목인 임다연은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부족한 실전 경험 탓에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많았다. 첫 바퀴를 돌 때 다른 선수들과 엉켜 있다가 뺨을 맞았고, 4바퀴째를 돌 때는 바닷물을 삼켜 구역질이 났다”고 말했다.
64명의 선수들이 떼로 반환점을 돌 때는 선수 간 거리가 바짝 좁혀지고, 밀도가 높아져 충돌 위험이 커진다. 임다연은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한국 최초로 세계대회 오픈워터에 출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끝까지 완주했다. 내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정하은이 14일 오픈워터 여자 10㎞ 경기를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역시 경영 선수 출신인 정하은은 “경험이 적어 레이스 중반 물 마시는 타이밍을 한 번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각 팀의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이 출발점으로 돌아올 때 긴 막대기 끝에 음료를 매달아 선수들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많으면 잡아채기가 쉽지 않고, 물을 마실 때 바닷물이 들어갈 수도 있다.
정하은은 “한국 오픈워터는 이제 첫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저변이 확장돼 한국이 이 종목에서 좋은 모습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백승호(29·오산시청)와 조재후(20·한국체대)가 오픈워터 남자 5㎞에 도전했지만 둘 역시 하위권에 처졌다. 백승호는 출발 이후 다른 선수의 팔꿈치에 코를 맞아 매우 불리한 가운데 완주를 마쳤다.
광주/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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