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예서(오른쪽)가 14일 광주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헝가리와의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여자부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한국팀의 첫번째 슛을 시도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던져” “패스” “아~”
14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 스탠드의 한국 응원단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여자부 B조 첫 경기 상대인 헝가리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쿼터당 8분씩 4쿼터 경기 결과는 0-64. 이날 오전 A조 네덜란드-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에서 나온 세계대회 수구 최다점수 차 기록(네덜란드 33-0 승)을 갈아치웠다.
한국 수영 역사상 최초로 구성된 수구대표팀 13명은 모두 수구 전문이 아니다. 수구를 좋아하거나 대표팀 꿈을 가진 경영 선수들이 모여 구성됐다. 고등학생이 9명, 중학생 2명 등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다. 국내엔 단 하나의 여자 수구팀이 없고, 5월 급조한 대표팀은 한달여밖에 연습하지 못했다. 북한이 남한보다 조금 낫다고 하지만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 단일팀 구성도 무산됐다.
그러다보니 이날 경기는 중학생과 대학생의 대결처럼 전력차가 너무 컸다. 한국은 실점한 뒤 잡은 30초 공격권을 거의 살리지 못했다. 상대방 코트로 넘어가는 데도 힘겨워했다.
한국과 헝가리 선수들이 14일 광주 남부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여자부 조별리그 B조 1차전 뒤 손뼉을 부딪히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태극기와 응원 플래카드를 든 관중들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힘을 북돋웠다. 어쩌다 패스가 상대 골문 근처로 연결되면 ‘한골만’이라는 심경으로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장신의 헝가리 선수들은 밀착견제로 틈을 주지 않았고, 긴 손으로 공을 걷어챘다. 또 공격에서는 손에 본드를 붙였는지 자유자재로 공을 잡고, 약속된 플레이와 일대일 등으로 완성도 높은 슛을 선보였다.
이날 헝가리의 71개 슈팅 공세를 막으려 애쓴 골키퍼 오희지(23·전남수영연맹)와 김민주(17·서울청원여고)는 최선을 다했다. 특히 맏언니 오희지는 대표팀 연습경기에서 코뼈가 부러지고 손가락을 다쳐 몸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헝가리의 슈팅을 막기 위해 투혼을 발휘했다. 그는 “이따금 슛을 막아낼 때 관객의 환호성을 들었다. 덕분에 힘을 내고 한골이라도 더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국 팀의 첫 슈팅을 기록한 송예서(18·서울체고)는 “경기를 보신 분들이 실망하셨을 수도 있지만, 짧은 시간 준비해서 치른 시합이라 만족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은 경기에서 팀이 한골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16일 캐나다를 상대로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광주/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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